오피니언 사설

[사설] 배드뱅크 성공의 조건

신용불량자들의 신용회복 지원을 위한 배드뱅크(한마음금융)가 어제 공식 출범,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배드뱅크 제도는 지난 3월 내놓은 신용불량자 처리 대책의 핵심으로 무엇보다 적용 대상자가 많고 혜택도 크며 이것이 제대로 효과를 내면 우리경제의 큰 짐을 하나 덜게 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배드뱅크는 2개 이상 금융기관에 모두 5,000만원 미만의 빚을 6개월 이상 연체한 다중 채무자가 이용할 수 있는데 전체 신용불량자 390만명 중 절반 가까운 180만명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한다. 이 가운데 111만명은 채무 원금의 3%만 갚으면 1주일 내에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나게 돼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된다. 또 매달 원금을 꼬박꼬박 갚아나가면 이자가 전액 면제되는 혜택도 받는다. 신용불량자 문제는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고있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로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배드뱅크는 그 수단 중의 하나라는 점에서 성공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신용불량자 급증은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할 뿐 아니라 소비위축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경제가 수출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부진이 지속되며 좀체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신용불량자 문제가 큰 원인이다. 배드뱅크는 대책 발표 때부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채무자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와 함께 성실하게 빚을 갚은 채무자와의 형평성 시비가 일었다. 당시 총선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어서 표를 의식한 선심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로 이 조치가 나온 후 고의로 빚 갚기를 거부하는 채무자들이 많아져 신용불량자 수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논란이 말해주듯 배드뱅크는 신용불량자들이 상환능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마땅한 대책이 없는 현실을 고려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런 만큼 제대로 운영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벌써부터 이런저런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상호저축은행 등 일부 금융사들이 불참한 것이나 참여 금융회사들도 연체기간이 짧거나 보증채권, 소송 및 압류채권 등 회수가능성이 높은 채권은 배드뱅크 적용대상에서 제외한 것 등이 그것이다. 이런 채권이 배제됨으로써 배드뱅크 이용대상자 180만여명 중 69만명이 배드뱅크와 해당 금융기관에서 동시에 채무재조정을 받아야 하는 부담을 겪게 됐다고 한다. 채권을 조금이라도 더 회수하려는 금융회사들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이로 인해 채무자자들이 이중부담을 지는 등의 일이 발생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채무자들이 터무니 없는 혜택을 받는 일도 없어야 하지만 금융회사들이 자사이기주의만 앞세울 경우 배드뱅크의 성공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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