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백조로 변한 굴뚝기업

얼마 전 코스닥 등록 예심을 마친 두 기업을 방문했다. 한 기업은 전형적인 '굴뚝성'제조업체였고 다른 기업은 소위 '잘 나가는' 벤처기업이었다. 굴뚝기업은 첫 코스닥 등록 신청에 바로 심사를 통과한 반면, 벤처기업은 몇번의 심사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다시 보류판정을 받고 말았다. 벤처기업의 등록이 보류된 이유는 소위 "관련 업종의 향후 비전이 불투명하다"라는 것. 하지만 이 기업은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배가 넘는 실적을 거두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당연히 벤처기업 사장은 기자에게 억울함을 호소했고 이 이야기를 들은 굴뚝기업 사장은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날렸다. "우리는 너무나도 완벽한 굴뚝기업이기에 믿을 만하다고 봤던 게 아닐까요." 요즘 중소ㆍ벤처업계에서 인기 있는 유행어 가운데 하나가 '결국은 굴뚝'이라는 말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처럼 벤처가 미덥지 못한 상황에서 믿을 만한 기업은 굴뚝 제조업체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 굴뚝업체들이 어떤 기업들인가. 벤처 붐이 화려하게 일던 시절에 천대받고 투자받지 못하던 기업들이요, 눈에 보이는 상품만 만들고 10% 미만의 낮은 수익을 거둔다고 해서 매력이 없다고 하던 바로 그 기업들이다. 한마디로 '미운 오리'가 '화려한 백조'로 둔갑한 것이다. 이달 초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2002년도 벤처기업 경영실태조사'에서 재미있는 대목 하나가 있다. 같은 벤처기업 내에서도 정보통신ㆍ서비스 업종보다 제조업 분야가 경영성과가 뛰어나다는 것. 정보통신ㆍ서비스 업종은 50%가 넘는 높은 매출증가에도 불구하고 경상이익률이 마이너스0.4%로 곤두박질친 반면 제조업종은 평균 5.1%의 꾸준한 경상이익률 증가를 보였다. 이른바 같은 벤처라도 '굴뚝성'을 띠고 있을수록 탄탄한 기업운영이 이뤄진다는 이야기다. 굴뚝이 의미하는 바, 그리고 주주들과 투자자들이 굴뚝에서 찾고 싶어하는 바는 간단하다. 기업운영의 기본에 충실할 것. 외부에서 수혈받은 돈으로 무모하게 사업영역을 확대하지 않을 것. 단돈 100원의 매출을 거둬도 그 안에서 수익을 거둬들일 것. 신문에 기사 한줄 나가는 것보다 투명한 회계와 기업운영에 더 신경쓸 것. 언제, 어디서 또 무슨 일이 터질까 하고 마음 졸이는 투자자들은 우둔해보여도 곰바우같이 듬직한 굴뚝에서 희망을 찾으려 한다. 굴뚝기업 사장이 한마디 덧붙였다. "기사 안 나가도 상관없어요. 우린 꾸준히 한 우물만 파면서 나갈 겁니다" 벤처업계 전체가 희망은커녕 기본적 신뢰도 얻지 못하는 지금 귀 기울여야 할 말이다. 현상경<성장기업부>기자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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