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2월16일] <1320> 호주 산불

모든 게 타버렸다. 1983년 2월16일 호주 남부 빅토리아주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단 하루 만에 서울시의 3배가 넘는 면적 위에 사는 모든 생물체와 주택ㆍ나무를 태웠다. 주택과 건물 3,700개가 소실되고 사망 75명, 부상 2,676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소 1만8,000마리와 양 34만마리도 불타 죽었다. 남은 것은 오로지 재뿐인 이날의 참사는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 Fire)’이라는 이름을 남겼다. 재산피해만 13억달러(2008년 가치)에 달한 이 참사는 호주의 각급 학교 교과서에도 ‘사상 최악의 산불’로 올랐다. 호주는 이제 교과서를 고쳐야 할 판이다. 보다 큰 산불이 최근 발생해 아직까지 완전히 진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빅토리아주에서 이달 초 발생한 거대한 산불은 지금까지 181명의 목숨을 삼켰다. 병원에는 6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누워 있다. 7,500명 이상이 집을 잃고 수많은 가축도 불 속에서 나오지 못했다. 코알라와 캥거루 등 야생동물도 100만마리 이상 타죽은 것으로 추산된다. 26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발생한 ‘최악의 산불’ 두 건은 모두 방화로 시작됐다는 심증이 짙다. 호주 당국은 이번 산불과 관련해 2명 이상의 용의자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호주의 방화범에는 정신이상자뿐 아니라 자신의 존재가치를 알리려는 소방관이나 산림감시원이 포함돼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적도 있다. 문제는 굳이 방화가 아니라도 산불 위험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점. 지구 온난화 탓이다. 땅과 바다의 온도가 올라가고 봄이 빨리 찾아와 호주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이 산불에 타 들어가고 있다. 지구 온난화를 늦출 수 있는 최대의 자산인 삼림지대가 온난화 때문에 황폐화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접어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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