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시 대기업과 협력 아쉬워/법률이전 중기육성 이해 선행필요□대담
박상희 기협중앙회장
기노시타 히로오 일중기사업단 이사장
박상희 기협중앙회장은 지난달 27일 그리스 아테네 힐튼호텔에서 제23차 중소기업국제회의(ISBC)에 참석한 일본의 기노시타 히로오(목하박생) 중소기업사업단 이사장과 자리를 함께 했다. ISBC 창립을 주도했으며, 현재도 이 모임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한국과 일본 중소기업 대표간의 대담을 통해 양국 중소기업 현실및 공동관심사를 알아본다.<편집자주>
▲박상희 회장=중소기업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제 중소기업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정보는 물론 생산, 판매에 이르기까지 각국 중소기업간 협력이 이루어지면 세계화가 위협이 아닌 틈새시장 공략을 위한 기회의 무대가 될 것이다. 이같은 차원에서 앞으로 한국의 기협중앙회와 일본의 중소기업사업단간 업무협력을 위한 창구를 개설했으면 한다.
▲기노시타이 사장=일본의 중소기업사업단은 지난 80년부터 한국의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연례회의를 갖는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중소기업간 협력의 장을 넓힌다는 의미에서 기협중앙회와의 교류도 활성화됐으면 한다.
▲박회장=중진공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현재 한국에서는 중소기업의 이익대변을 위한 기구가 기협중앙회와 중진공으로 이분화돼있어 창구일원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중소기업단체중앙회와 중소기업사업단등 2개의 기관이 있음에도 한국의 중진공과 같은 기능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사업단이 기협중앙회 기능과 유사한 중소기업단체중앙회를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기노시타이사장=아시는 바와 같이 중소기업단체중앙회와 중소기업사업단의 업무는 유사하지만 중소기업사업단이 중소기업단체중앙회의 업무를 지원하는 시스템이어서 업무의 중복없이 효율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박회장=WTO체제 출범및 OECD 가입에 따라 한국 중소기업은 단체수의계약 해제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경쟁력 제고라는 차원에서 무한정 단체수의계약을 붙잡고 있을 수는 없지만 단계적인 해제와 함께 적절한 보완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일본의 경우는 어떤가.
▲기노시타이사장=일본에서는 중소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해야 한다는 등의 법률적 의무사항은 없다. 다만 가능하면 중소기업 제품을 우선 구입토록 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어 큰 문제는 없다. 법률 이전에 자국 중소기업 보호및 육성이라는 점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도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박회장=현재 한국에서는 외국인근로자고용법 제정여부를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다. 고용법을 도입할 경우 노동3권 보장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혼란과 친지방문에 따른 불법체류 양산,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소기업에 막대한 비용부담 증가를 가져올 것이 뻔해 기협중앙회는 이의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일본이 독일 프랑스 대만등과는 달리 고용허가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것은 만성적인 국내 실업유발등 노동시장구조의 왜곡과 함께 빈발하는 인권관련 외교마찰의 문제점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으로 아는데.
▲기노시타이사장=우선 한국이 외국인근로자를 써야 할 만큼 인력난을 겪고 있다는 얘기는 일감이 많고 경기가 좋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경우 여러가지 문제가 고려됐지만 무엇보다도 불경기이기 때문에 외국인근로자를 쓸 필요성이 제기되지 않고 있다.
이번 중소기업국제회의 참석자들 대부분이 중소기업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정부지원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일본 중소기업의 경우도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에는 어느정도 만족하고 있지만 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대응책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박회장=현재 한국에서는 재계는 물론 정부에서도 최근의 불황이 고비용 저효율구조에 기인한다는데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는 상태다. 이에따라 10% 경쟁력 높이기 운동이 대대적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문제점을 안 이상 시간이 걸리더라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아직도 금융지원이나 행정규제완화등이 기존의 틀을 뛰어넘을 만큼 강력하지 못해 이부분에 대한 지원요청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
▲기노시타이사장=현재 일본 중소기업은 경기불황으로 금리가 낯고 은행보유고가 많아 대출상의 어려움은 없지만 극심한 판매난을 겪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들은 과거 국내 중소기업과의 협력보다는 비용이 저렴한 해외의 협력업체를 찾아 나서는등 전통적으로 돈독했던 대·중소기업간 유대관계가 흐트러지고 있다. 한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박회장=한국의 경우 그동안 대·중소기업간 협력이 원할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최근 10% 경쟁력 높이기 운동의 전개와 함께 중소기업은 국가산업의 뿌리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면서 대기업의 대중소기업 지원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기업과의 관계를 기존의 수직관계에서 수평관계로 전환하고 해외진출시에도 정보교환등 협력을 강화하면 얼마든지 대외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정리=정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