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아하지만 강단 있어 보이는 이 배우는 겨울이면 감기를 달고 산다. 유난히 감기에 자주 걸리며 작품이 끝나면 꼭 감기몸살이 난다. 배우 수애(33ㆍ사진)가 그렇다. 드라마 '야왕'에서는 모성애 없는 엄마로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했던 그가 영화 '감기'에서는 초당 3.4명이 원인 모를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돼 36시간 내에 사망하는 재난 가운데 목숨을 걸고 '새끼'를 품는 따뜻한 엄마로 변신했다.
지난 9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처음에는 '감기' 출연 제의를 고사했다고 고백했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라 모성애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어요. 워낙 큰 프로젝트 영화라서 제 출연 자체로 민폐를 끼칠까 싶어 부담스러웠지요. 여자에게 모성애는 본능이라고 하지만, 아직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입장에서는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이잖아요. 물론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달라지겠지만요. 처음에는 그런 표현에 자신이 없었지만 (아직까지 제게는 없는) 모성애를 품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던 것 같아요."
모성애를 표현하는 데 자신이 없다고 했지만 딸 역할을 맡았던 아역 박민하 양은 촬영장에서 수애 손을 꼭 잡고 떠날 줄을 몰랐다는 후문이다.
의사 역할이 처음이라는 그는 영화 속 자신이 맡게 될 감염내과 의사 역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감염내과 의사를 직접 만나 조언을 듣고 이를 극에 녹여냈다고 한다. "(감염내과 의사들이) 손을 자주 닦는 것은 물론 일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손을 닦는 일이더군요. 극 초반에 아이랑 손을 닦는 장면이 나오는데, 감염내과 의사분과 이야기를 나눈 후 감독님에게 그런 장면을 넣자고 건의해서 원래 대본에 없던 장면이 새로 담긴 거예요."
영화 '감기'는 수애에게 배우로서 '공동 작업'이 갖고 있는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해준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적지 않은 의미를 갖고 있다. 그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서로 돋보이고 이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작품을 주로 했다"며 "(감기와 같은) 장르 영화는 누구 하나 두드러지지 않아야 하는 공동 작업이라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한 단계씩 공동 작업 과정을 배우기 위해 수애는 처음으로 기술 시사회에도 참가했다고 한다. "이제는 중견 배우로서 다른 배우나 스태프들과 호흡을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그런 차원에서 '감기'라는 장르 영화에 출연한 것은 저 개인한테 적지 않은 의미를 갖고 있어요."
그에게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을 물었다. 그는 '내가 잘 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잘라 말했다. "대중들에게 수애가 배우로서 잘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로맨틱 코미디도 해보고 싶고, 사람 냄새 나는 역할도 해보고 싶습니다."
똑 부러지고, 때론 얼음처럼 차가운 여배우 수애의 모습뿐만 아니라 때론 자청해서 망가지고 엄마처럼 따뜻하게 품어주는 인간적인 배우, 수애의 모습을 더 자주 만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