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철강업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세계 철강업계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급격하게 이동한 반면 일본 업체들의 위상은 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는 지난해 생산량이 다소 줄었지만 순위는 한단계 상승, 선전을 한 것으로 평가됐다. 9일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철강 정보 서비스 회사 SBB(Steel Business Briefing) 및 국내 철강업계에 따르면 2009년 조강생산량 기준 세계 10대 철강사 중 중국 업체가 무려 5개를 차지했다.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 아르셀로미탈은 지난해 7,320만톤을 생산, 2008년에 이어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조강생산량은 2008년에 비해 무려 29.1%나 감소했다. 이어 중국 허베이강철이 2008년 4위에서 2위(4,020만톤)로 뛰어올랐고 바오산강철은 2008년에 이어 3위(3,890만톤) 자리를 지켰다. 이들 두 회사는 조강생산량이 각각 20.7%, 9.9%씩 증가했다. 포스코는 2008년에 비해 한 계단 뛰어 올라 4위를 차지했다. 2008년에 비해 6% 줄어든 연간 3,110만톤을 생산했다. 5위부터 7위까지는 우한강철, 안산-번시, 사강 등 모두 중국업체다. 이들의 지난해 생산량은 전년 대비 각각 9.4%, 25.2%, 13.3% 증가한 3,030만톤, 2,930만톤, 2,640만톤으로 2008년 각각 7위, 9위 10위에서 크게 약진했다. 일본 업체들은 8위와 9위로 처지며 '굴욕'을 면치 못했다. 8위의 신일본제철은 2008년 대비 31.7%나 줄어든 조강생산 2,430톤을 기록하며 2위에서 무려 여섯 계단이나 주저앉았다. 9위의 JFE스틸도 2008년 대비 28.8% 줄어든 2,350만톤을 기록, 6위에서 9위로 내려 앉았다. 10위는 인도의 타타스틸로 2,190만톤(-13.5%)을 기록했다. 이밖에 10위권 밖에서도 중국 업체들은 산동강철(11위), 소강(12위), 만산(16위), 바린스틸(20위) 등 4개 업체가 2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철강업체들이 약진한 이유에 대해 철강업계는 중국의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내수 호황, 정부 차원의 거대 철강사 육성책이 맞아 들어갔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주도한 철강업계 인수합병(M&A) 등 대형화 바람도 영향을 미쳤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내수용 철강 수요가 지난해 급증해 중국 철강업계가 생산량을 늘렸다"면서 "거대 철강사를 육성하고자 하는 중국 정부 정책도 세계 철강업계 판도를 뒤흔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연산 5,000만톤 이상 철강사 5개를 육성한다는 취지 아래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중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시설 현대화까지 함께 추진하려는 의도다. 일본 업체들이 추락한 주된 이유는 내수 부진으로 철강재 판매가 어려웠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포스코는 지난해 사상 처음 감산을 단행하는 위기에서도 일본 업체들에 비해 상당히 선전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업계가 생산량 면에서는 순위가 내려갔을 지 모르지만 아직 고부가가치 철강재에 대한 기술력만은 포스코와 함께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면서 "생산량만을 놓고 업체를 평가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의 약진은 원자재 도입 등을 둘러싼 '주도권'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일본 업체들과 포스코가 쥐고 있던 세계 철강업체 주도권이 앞으로는 중국으로 완전히 넘어갈 것"이라면서 "중국 업체들의 몸집불리기가 글로벌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