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세출조정 빌미 정부·지자체 예산전쟁 없길

정부가 연간 55조원에 이르는 985개 지방 국고보조 사업의 대수술을 예고했다. 각 부처의 재량지출은 물론 법령 등에서 정한 의무지출에도 칼을 대기로 한 마당이니 당연한 수순이다. 더욱이 135조원 규모의 복지 관련 대선공약 이행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82조원 규모의 세출을 구조조정하는 상황이니 어떻게든 지방에 내려갈 돈은 줄어들게 생겼다. 정부와 지자체 간 예산전쟁도 불가피해 보인다.


국고보조 사업은 인구 고령화와 영유아 보육사업 확대 등의 영향으로 8년 사이 3배가량 늘어났다. 재원은 한정돼 있는데 각 부처와 국회에서 지방 부담이 수반되는 국고보조 사업을 늘리고 사업비의 25~80%를 지자체에 떠넘기다 보니 정부의 사업비보조율(국고보조율)은 최근 5년 사이 65%에서 61%로 떨어졌다. 국고보조금이 47% 늘어나는 동안 지방비는 77% 급증해 지자체들의 재정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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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별로 또는 중앙ㆍ지방정부 간에 비슷하거나 중복되는 국고보조 사업을 조정하는 일은 의지만 있으면 어렵지 않다. 정부도 국가ㆍ지방재정 시스템을 연계해 유사ㆍ중복ㆍ비효율을 줄이겠다고 나섰다. 핵심쟁점은 국고보조율과 지방재원을 어떻게 손질하느냐다. 정부와 국회가 기초노령연금 도입, 보육비ㆍ보육수당 지급 확대 등 복지사업을 늘릴 때마다 지방재정은 늘 후순위로 밀렸다. 성격상 국가가 비용 전액을 부담하는 게 맞는 사업인데도 지방에 분담을 강요하는 게 습관처럼 굳어졌다. 지자체들이 예산소진으로 연금ㆍ수당 등을 못줄 정도가 돼야 응급대책을 내놓을 뿐이다.

이런 현실을 잘 아는 박근혜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중앙과 지방 간 역할분담을 재정립하고 이에 맞춰 지방소비세 인상이나 보육료 보조율 인상 요구 등을 패키지화해 일괄 협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중복사업을 조정하고 방만한 지방재정을 손보되 지방재정의 손톱 밑 가시를 없애려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볼썽사나운 예산전쟁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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