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해외투자 성공 체크리스트


최근 세월호 사태 후 공공안전과 관련해 여러 논의가 진행됐는데 그중 많은 부분이 사고 예방과 초기대응에 초점을 뒀던 것으로 기억된다. 특히 위기관리 매뉴얼, 안전관리 시스템 등의 필요성이 지속해서 언급됐는데 이를 접하며 문득 수년 전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국내에도 번역돼 소개된 '체크 체크리스트(The Checklist Manifesto)'라는 책이 떠올랐다.

저자인 아툴 가완디는 외과의사이자 하버드의대 조교수다. 가완디는 응급실 수술 과정에서 의료진이 취해야 하는 조치와 절차를 체크리스트로 정리해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절감시켰다. 그런 경험을 토대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외과 수술시 사용되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었고 여러 나라가 이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응급실 외에도 비행기 조종실, 고층빌딩 건축현장과 같이 인명손실 또는 대형사고의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체크리스트 사용이 어떻게 사고예방 및 위험관리에 기여할 수 있는지 논하고 있다.


가완디는 책에서 체크리스트와 업무매뉴얼을 차별화했는데 후자가 단순히 업무 지식과 정보를 담고 있다면 전자는 확인과 소통에 초점을 둔 기능성 도구 역할을 한다. 통상적으로 예측 가능한 리스크는 체크리스트를 통한 검증을 거치게 해 실수를 막을 수 있고 예측이 곤란하거나 긴박한 상황에서 전개되는 리스크에 대해서는 체크리스트를 통해 관련 전문가들이 적시에 문제를 파악하고 해당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도록 협의와 소통을 강제하는 기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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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완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필자가 속해 있는 법무법인의 고객 기업들이 최근 고민하는 해외투자·인수합병(M&A)과 관련해서도 여러 시사점을 주고 있다.

기업이 해외투자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사내 인재와 이를 지원할 국내 외부자문인력은 기업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까지 늘어났다. 다양한 자문을 제공할 능력을 갖춘 전문인력을 법률시장에서 구하는 것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에도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업의 해외투자 역시 증가하는 추세고 기업이 축적한 투자에 관한 노하우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처럼 해외투자 기반이 마련돼 있는데도 아직 다수 국내 기업들은 언어·제도의 차이점 등으로 해외투자를 추진하는 데 장애를 겪고 있고 해외투자 리스크 관리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회사의 실무인력과 외부 전문인력이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최적화된 시스템과 절차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한 업무 매뉴얼이 아니라 통상적인 거래 리스크에 대한 검증은 물론, 사전 예측이 어려운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업 실무인력과 외부 전문인력의 효과적인 소통과 협업을 돕는 체크리스트가 필요한 것이다.

단기적인 성과만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준비에 필요한 비용과 노력이 불필요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성공을 원한다면 이러한 비용과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며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외부 전문인력의 적절한 활용,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협업 시스템, 리스크 관리를 위한 업무 절차와 체크리스트는 해외투자를 준비하는 기업에 반드시 필요한 무형의 설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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