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도청수사' 전직 국정원장들 줄소환 임박

도청수사의 칼날이 안기부 시절은 물론 국가정보원 시절에까지 미치게 됨에 따라 전직 안기부장 및 국정원장들이 검찰에 줄소환될전망이다. 검찰이 현재 공소시효 문제로 사법처리 대상이 되느냐에 관계없이 국가기관에의해 자행된 도청의 진상을 낱낱이 밝힌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노무현 대통령이 8일 기자간담회에서 우선 검찰의 안기부·국정원 도청사건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하면 된다고 밝히는 등 검찰 수사쪽에 힘을 실어준 것도 이런 예상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따라서 조직의 수장이었던 전 안기부장ㆍ국정원장들은 수사 상황에 따라 검찰에출석하는 것은 물론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문제가 되고 있는 김영삼-김대중 정부시절 정보기관 수장들을 나열하면 김덕(1993.2~1994.12), 권영해(1994.12~1998.3),이종찬(1998.3~1999.5), 천용택(1999. 5~1999.12), 임동원(1999.12~2001.3), 신건(2001.3~2003.4)씨 등 6명. 이들 중 도청행위에 대해 적용되는 통신비밀보호법의 공소시효(현 7년·2002년3월 이전 5년)가 완성되기 전에 국정원장을 맡았던 인물은 임동원, 신건씨 등 2명뿐. 그러나 도청내용을 외부에 알린 경우에 해당하는 국정원 직원법상 비밀누설 등기타 범죄를 저질렀다면 이들 2명 외에 사법처리 가능범위 안에 들어갈 인사는 늘어날 수 있다. 최우선 소환대상은 김대중 정부 2번째 국정원장을 역임한 천용택씨. 천씨는 국정원 차원의 도청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도청자료 유출과 관련해서도 의심을 받고 있는 부분이 있어 이르면 주중 소환될 전망이다. 천씨는 국정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1999년 11월 전 미림팀장 공운영씨가 빼돌린도청물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도청자료 밀반출을 문제삼지 않는 조건으로 `뒷거래'를한 사실이 있는지에 대해 검찰에 나와 설명해야 한다. 천씨는 아울러 국정원장직에서 물러나기 직전인 1999년 12월 법조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삼성측이 중앙언론사 간부를 통해 김대중 후보에게 정치자금을 보냈다"고 발언, 도청테이프의 내용을 외부로 누설한 의혹까지 받고 있어 이달 4일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당했다. 다음 순서는 신건씨와 권영해씨가 앞뒤를 다툴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정부 마지막 국정원장이었던 신씨는 국정원 자체 조사결과 도청관련 설비를 파기하고 도청을 중단한 시점에 국정원장을 맡고 있었다. 따라서 그는 2002년 3월 도청설비를 파기하게 된 경위와 2002년 3월 이후에도도청이 이뤄졌다는 일각의 의혹제기에 대해 우선적으로 답해야 하며 국회에서 `도청이 없었다'고 주장한 경위를 밝혀야 할 입장이다. 또 안기부 특수도청조직 미림팀의 도청이 이뤄진 시기에 안기부장을 역임한 권영해씨는 미림팀의 재건 및 활동을 알고도 묵인했거나 적극적으로 지시했는지 여부를 설명해야 할 입장이어서 역시 소환이 확실시된다. 그는 `북풍사건'(`북한당국이 김대중 후보에 호의적'이라는 내용의 오익제씨 편지 공개 사건 등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권씨 주도로 진행된 일련의 정치공작 사건)과 안기부 자금 횡령 사건(권씨가 안기부장으로 재직하던 1997년 10월 초 특별사업비로 배정된 안기부자금 10억원을 빼내 동생에게 제공한 사건) 이후 또 한번 검사와마주 앉아야 할 처지다. 그러나 정보기관의 속성상 기관장이 부하직원들이 하는 일을 세세히 파악하지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설령 기관장이 모든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다 해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인물들이 조직 수장을 보호하려 들 경우 소환이 쉽지 않을 수도있다. 실제로 2003년 대선자금 수사때 불법자금을 제공한 기업의 오너들 중 상당수가소환을 면한 것도 실무자들이 `회장님'에게 일절 보고되지 않았다고 진술하는 바람에 검찰이 오너들을 추궁할 단서를 확보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의혹만 가지고 마구 불러서 조사할 수는 없다. 소환할 만한 증거들이 모이면 적기라고 판단되는 때에 대상자들을 소환할 방침"이라고 말해 신중한입장을 피력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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