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피플 인 이슈] 위용딩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소장

위안화 절상론자의 '이유있는 변신'


위용딩(余永定ㆍ59)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소장은 중국의 대표적인 ‘위안화 절상론자’로 베이징에 주재하는 외국 특파원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는 중국 정부의 ‘위안화 주권론’에도 반해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 주장을 펴 늘 기사거리를 제공해 줬다. 위 소장은 올초 본지와의 인터뷰(1월 3일자 9면 참조)에서도 “위안화의 절상이 중국경제를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어김없이 위안화 절상 소신을 폈었다. 10개월이 지난 최근 그를 만나보면 크게 다른 점을 발견할수 있다. 악수를 나누며 꾸밈없이 밝게 웃는 표정이나, 시원시원한 말투는 예전과 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의 ‘말’은 180도로 달라졌다. 지난 9월 베이징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그는 주제발표를 하면서 “미국 의회가 위안화 절상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의 대표적인 ‘위안화 절상론자’가 하루 아침에 ‘위안화 주권론자’로 돌변 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경제학계 일각에서는 최근 “인민은행의 달러 자산 매각”을 주장해 새로운 뉴스메이커로 떠오른 허판(何帆)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연구소 소장조리와 같은 소장파 경제학자들이 급부상하면서 “위용딩의 시대는 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인민은행 화폐정책위원(금융통화위원) 시절 자신의 자리까지 걸고 ‘위안화 절상’을 굽히지 않았던 위 소장이 자기 앞가림을 위해 소신을 꺾은데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그는 최근 “한 국가의 통화가 얼마나 저평가 또는 고평가됐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라며 “주권국가의 의지에 반해 화폐가치 절상을 강요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미국에 포문을 열었다. 또 “독립 국가에 환율 조작국이라는 딱지를 붙이려는 노력으로 얻어낼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그런 노력은 결국 국제통화기금(IMF)를 비롯한 미국의 지지자들까지 등을 돌리게 만들 것”이라고 미국 의회의 위안화 절상압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10개월전엔 “위안화 절상은 미ㆍ중간 무역불균형을 해소하고 중국 경제를 연착륙 시키는 좋은 방법”이라며 “위안화 절상은 중국경제의 체질을 강하게 만들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었다. 또 “과열경기를 가라앉혀야 하는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위안화 절상이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묘수”라며 조속한 위안화 절상을 주장했다. 위 소장은 최근 ‘21세기경제보도’ 기고문을 통해 “지금까지 나타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의 후유증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국제자본의 흐름이 급격하게 바뀌어 미국경제가 추락하면, 내년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 이전에는 위안화 절상이 지극히 당연했고, 여유도 충분했지만 지금은 그 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그는 이유로 둘러댔다. 중국 정부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가 중국 금융시장에 주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내심으로는 미국 소비 둔화에 따른 대미 무역흑자 축소로 중국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보면 중국은행의 미국 서브프라임 채권 투자액은 아시아 은행중 최대규모인 96억달러로 나타났다. 공상은행과 건설은행이 각각 12억2,900만달러와 10억6,000만달러를 서브프라임모기지 채권에 투자했다. 그러나 드러난 것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관측이 계속 나온다. 미국 투자자문회사인 G7그룹은 미국 재무부 자료를 인용, “6월말 현재 중국이 보유한 회사채 규모는 1,117억달러 수준으로 이중 상당부분이 중국 외환당국이 보유한 모기지 관련 증권일 것”이라고 추정했고, 뉴욕타임스는 최근 “인민은행이 모기지 담보채권에 1,000억달러를 투자해 적어도 5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에서는 미국의 급격한 경기후퇴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위축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를 너무 빨리 절상했다가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요인을 떠안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결국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 가능성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소신파 경제학자 위용딩의 입장변화는 ‘이유있는 변신’인 셈이다. <위용딩 이력> ▦48년 산둥(山東)성 타이산(台山) 출생 ▦79년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연구원 ▦86년 서방경제이론연구실 주임 ▦94년 영국 옥스포드 대학 박사 ▦98년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소장 ▦2000년 중국 세계경제학회 회장 ▦2004~2006년 7월 중국 인민은행 화폐정책위원회 위원 ▦주요저서: 서방경제학(97년), 내가 보는 세계경제(2003년), 한 학자의 사상궤적(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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