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인간관계의 친밀성은 돈이 결정?

■ 친밀성의 거래, 비비아나 A. 젤라이저 지음, 에코리브르 펴냄

부부간의 성 관계에 돈이 오간다면 그것은 매춘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부모가 자식을 돌봐주는 것을 돈으로 환산해 지불한다고 하면 전통적인 사고에서는 불경스럽다며 꾸짖을 일이다. "친한 사이일수록 돈 거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돈의 사용이 친밀한 관계를 잃게 한다는 뜻이다. 통념적으로는 부정하려 들지만 그러나 친밀한 관계에도 경제가 개입한다. 9ㆍ11사태의 상황을 예로 들면 동일한 사람의 죽음을 두고 여러 명이 보상을 요구한 일이 많았다. 이들 중에는 배우자나 부모, 형제도 있었지만 결혼하지 않은 동거 커플, 별거 중인 배우자, 동성 가정 처럼 보상을 결정하기 애매한(?) 경우도 많았다. 50세의 여성 보험회사 직원의 사망을 두고 '뉴욕주 범죄희생자위원회'는 그녀와 20년간 함께 산 동성 파트너에게 보상기금을 주기로 했다. 반면 '연방기금'은 법적 관계를 기반으로 한 공식 대리인으로 남동생에게 보상금을 지급했다. 망자의 재산과 보상금에 대한 경제적 권리를 두고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이 경우 판결의 근거로는 관계의 친밀함이 작용한다. '관계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엄연히 인정되는 사례다. 프린스턴 대학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는 경제사회학적 관점으로 부부나 연인, 부모와 자녀 등 가장 친밀한 관계에 자연스럽게 돈 문제가 스며드는 상황을 밝혀간다. 탐구 대상은 미국 역사상 법정에서 벌어졌던 분쟁 사례들. 이를 통해 친밀성과 경제적인 행위가 분리되어야 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자칫 "인간 관계는 돈으로 거래된다"는 주장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돈을 목적으로 하는 관계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과 신뢰, 친밀함을 담은 관계에 자연스럽게 돈 문제가 스며드는 상황을 파헤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원제는 'The Purchase of Intim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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