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5월 21일] 쇠고기 사태와 정부

한미 정상회담 11시간 전에 전격 타결된 쇠고기 협상(지난 4월18일)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온 나라가 요동치고 있다. 광우병에 대한 미 쇠고기 안전성 문제, 검역주권 포기 등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거세게 일어났고 급기야 대규모 ‘미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로 확산됐다. 특히 10대들이 촛불집회에 대거 참가하고 참가자들의 자유발언이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집회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을 내세우며 협상내용에 대해 구차한 변명과 ‘말 바꾸기’로 일관하고 오히려 미국의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누구 하나 국민의 말에 귀 기울이거나 책임을 지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국민의 분노는 수그러질 줄 몰랐으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과 신뢰도는 급락했다. MBC ‘PD 수첩’과 일부 언론이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을 포함한 협상내용,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 등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를 부분적으로 충족시켜줬다. 국민적 저항과 일부 언론의 보도에 당황한 청와대와 정부는 잘못을 일부 시인하고 ‘장관고시 연기’를 결정했다. 또 대통령ㆍ국무총리 등이 나서 광우병 발생 상황시 쇠고기 수입 중단 및 협정개정 요구 등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방안들을 제시했다. 재협상 불가를 고수하던 미국도 “ ‘문제되면 수입중단’ 한국방침 수용” 등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미국의 태도변화는 일본ㆍ대만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위해 전초전으로 한미 간 FTA의 국회통과를 지원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야권은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의 재협상을 강조하고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해임안을 준비하고 있다. 한미 간 검역주권을 명문화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쇠고기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아직도 쇠고기 안전성이나 검역주권 어느 것 하나 확실히 해결된 것은 없다. ‘국익과 실용’을 강조한 이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국익이고 실용인지’ 가늠할 수 없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답답할 뿐이다. 이제 작금의 쇠고기 사태를 보면서 현 정부가 유념해야 할 점들은 지적해본다. 첫째, 대통령의 역사인식과 국정철학이 분명해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최고경영자(CEO)로서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가지도자로서의 대통령이다. 그 어느 때 보다도 대통령의 정치력이 필요하다. 둘째, 다양한 인력풀을 확보하고 검증된 인사들을 중용해야 한다. 특히 전문성뿐만 아니라 도덕성과 책임성이 강한 인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셋째,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대통령은 상대방의 의견을 많이 들어야 한다. 대통령이 말을 많이 하면 아무도 면전에서 직언을 하지 않을 것이다. 넷째, 합리적이고 명쾌한 국가정책을 제시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정책이 잘못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민은 정책의 실험대상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임기 중 많은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과거의 정책도 합리적으로 검토하고 수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와 달리 국민들은 정부로부터 고급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대통령은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 쇠고기 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너무 안이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이번 17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한미 FTA를 통과시키려고 무리수를 둬서는 안 된다. 쇠고기 사태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선결 문제다. 국민은 더 이상 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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