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경기에는 날개가 없다. 불황의 골이 워낙 깊어 좀처럼 바닥을 가늠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특히 철강ㆍ정유 등 내수경기에 기초가 되는 품목들의 판매가 급감해 불황의 그늘이 전산업에 걸쳐 짙게 드리워져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1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0월까지 국내업체의 철근 생산량은 882만3,200톤으로 전년동기 대비 6.2% 감소했다. 판매량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8% 줄어든 890만3,800톤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10월 한달간 판매된 철근량은 지난해 10월보다 7.7%나 줄어든 93만8,800톤으로 집계됐다.
휘발유와 등유의 경우 국제유가 상승과 수요감소가 겹쳐 판매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들어 9월까지 국내 휘발유 소비량은 4,345만9,000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515만5,000배럴보다 3.8% 감소했다. 또 등유는 지난해 1~9월 3,542만배럴이 팔렸으나 올해는 같은 기간 판매량이 2,963만8,000배럴로 급감했다.
건설ㆍ가전ㆍ유통 등 내수시장의 활력소 역할을 해야 할 주요 업종의 경기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5만2,674가구로 2001년 4월(5만739가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란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로 가전업체는 액정표시장치(LCD) TV 등 고가제품 가격을 30만~130만원까지 내린 ‘가격파괴 할인전’을 펼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2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백화점 업계는 올들어 사상 최장기간의 세일을 하는 등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반월공단에서 휴대용 전등을 생산하던 A사의 경우 사장을 비롯해 10여명의 직원들 모두가 거리로 나섰다. 내수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판로가 막히자 직원들이 모두 영업에 나선 것.
스테인리스 임가공을 하고 있는 B사는 최근 구내식당을 만들고 주방 아주머니를 새로 고용했다. 하루 평균 직원 1인당 1만원씩 지급하던 식비를 주지 않는 대신 사장실을 식당으로 개조하고 사장은 1층 사무실에 작은 책상 하나만 놓고 업무를 보고 있다.
간판업도 최근에는 맥을 못 추고 있다. 극심한 내수침체로 창업자가 줄면서 불황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 실제 30만원을 아끼기 위해 5만원짜리 플래카드형 간이간판을 설치하는가 하면 간판은 그대로 두고 글자만 수정하거나 천갈이만 하는 경우도 있다.
/산업부ㆍ정보산업부ㆍ생활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