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마이크로소프트의 딜레마

파이낸셜타임스 11월 3일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인터넷 기반의 차세대 윈도우 운영체제와 오피스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선언은 MS나 정보기술(IT)업계 모두에 의미심장한 것이다. MS가 마지막으로 전략적인 변화를 추진한 것은 인터넷을 발견했을 당시인 지난 95년도의 일이었다. 당시 MS는 막 떠오르려는 경쟁자였던 넷스케이프를 철저히 짓밟으면서 인터넷시장을 주도해나갔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위협적인 역할을 구글이 대신하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정말로 위협적인 것은 구글이 구현하는 사업 모델이다. 레이 오지 MS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구글의 성공은 MS에 있어 “놀라운 자명종 시계의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인터넷상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의 능력은 MS의 핵심 사업 분야인 하드웨어용 윈도우와 오피스를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생산 주기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보안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와 비교하자면 시대착오라고 할 만하다. 구글은 그러나 MS에 새로운 기회를 잡게 해주었다. 구글은 IT업계에서도 광고가 주도하는 사업 모델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과 인터넷만으로도 충분히 서비스를 전달할 수 있을 만큼 기술력이 발전했다는 사실을 입증해냈다. MS는 이제 인터넷 광고 수주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기본적인 서비스는 인터넷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구글의 방식으로 구글의 아성에 도전하려고 한다. 그 어느 누구도 이 싸움에서 MS의 능력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MS는 이미 엄청난 자원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MS가 구글을 따라잡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MS가 구글의 검색 엔진 기술을 거의 따라잡았다고 해도 구글은 광고분류 기술이나 운영비용 절감 등의 면에서 아직도 MS를 앞서고 있다. MS는 신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기 위해 구사업을 얼마나 냉혹하게 정리할 것인가 하는 전형적인 ‘혁신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 딜레마에는 신사업이 예전 사업만큼 수익성이 있는가 하는 의문도 포함돼 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MS가 이 딜레마를 풀어가는 동안 소비자들은 더 빠른 혁신과 더 나은 선택과 더 저렴한 가격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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