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베스트 프렌드’는 참 오랜만에 만나는 프랑스식 감성이 살아있는 코미디다. 떠들썩한 사건대신 소소한 인간들간의 관계와 이로부터의 성찰을 재료삼아 조금 심심하지만 깊은 맛이 살아 있는 웃음을 만들어 낸다. 강한 양념 맛이 도는 할리우드식 코미디에 지친 사람이나 조용하고 차분하게 영화 자체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겐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자수 성가한 골동품 판매상 프랑수와(다니엘 오테유). 돈 걱정 없이 언제나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사는 그는 행복하다. 그런데 그의 생일날, 그 자리에 모인 동료와 친구들이 그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알린다. 그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 중 아무도 그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는 것. 그 동안 프랑수와가 맺어온 많은 관계들은 사무적인 일의 연장이었을 뿐 진정한 우정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인정할 수 없는 프랑수와. 친구들의 말에 버럭 화를 내고, 그러자 그의 동료인 카트린(줄리 가예)는 그에게 값비싼 골동품 화병을 걸고 ‘10일 안에 진정한 친구 만들기’ 내기를 하자고 제안한다. 본격적으로 내기에 나선 프랑수와. 평소 친분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 진정한 우정을 확인하고자 하지만 그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묘하게 붙임성이 좋고 수다스러운 택시기사 브루노(대니 분)을 만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그와 인연이 닿은 프랑수와. 브루노로부터 우정을 맺는 다양한 방법을 배우게 된다. 진정한 우정이라는 조금은 식상해질 수도 있는 소재지만 영화는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섬세하게 주인공들에 대한 심리묘사를 하면서 이를 충분히 극복한다. 때문에 어느새 관객의 입가엔 흐뭇한 웃음이 맺힌다. 영화의 이런 매력은 마치 현실에서 튀어나온듯한 생생한 캐릭터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인물에 대한 과장을 즐기는 할리우드 코미디와는 달리 ‘마이 베스트 프렌드’는 평생 친구가 없는 프랑소와라는 인물도, 온갖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소심한 남자 브로노도 결코 ‘괴짜’로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영화는 이들을 조금 독특하지만 평범한 우리 이웃처럼 묘사해 관객을 이들의 삶과 고민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영화 속 주인공들과 함께 웃고 울고 고민하라고 주문한다. 이런 조심스러운 접근을 통해 만들어진 웃음과 성찰은 그 깊은 맛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친밀한 타인들’ 등 인간관계에 대한 속 깊은 영화를 만들어온 파트리스 르콩트 감독의 내공이 돋보이는 영화다. 프랑스 국민배우라 불리는 다니엘 오테유의 친근하면서도 섬세함이 살아있는 연기를 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