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부동산 침체에도 여전한 배짱 분양

'회사 보유분 특별분양'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을 경우 손실 보전' '프리미엄 형성 안 되면 최대 수천만원 보장'….

아파트 단지나 지하철역 근처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수막 문구다. 이런 문구를 지나칠 때마다 기자는 '저 단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돈이 묶여 있을까'란 생각이 들고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주택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미분양 아파트를 털어내기 위한 건설업계의 마케팅 전략도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눈물겨운 판촉에도 미분양을 소진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내 집 마련이란 자신이 평생 모은 자금의 대부분을 투입해야 하는 일생의 가장 큰 선택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사도 수도권 곳곳에 쌓인 미분양 때문에 유동성 위기를 겪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 사활을 건 마케팅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미분양이 발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시세에 비해 훨씬 비싼 분양가거나 수요자의 관심이 멀어진 중대형 아파트라는 점이다.

관련기사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1월 현재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6만7,786호에 달하고 이 중 대부분(4만46호)이 전용 85㎡ 초과 중대형 물량이다. 앞날은 내다보지 못하고 너도 나도 돈 되는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지은 결과다. 미분양이 나더라도 소위 떼분양을 통해 물량만 털어내면 된다는 식의 안이한 생각으로 일관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할인된 가격으로 아파트를 공급한다고 해도 주택시장이 침체된 지금 고분양가의 대형 미분양을 사줄 수요자들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요즘 일부 건설사는 여전히 잘나가던 시절의 안일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세를 훨씬 웃도는 값에 분양가를 책정했다가 미분양이 속출하자 뒤늦게 가격을 내리는가 하면 미분양이 쌓여 있음에도 '기다리면 언젠가 팔리겠지'라며 높은 분양가를 고수하며 버티는 곳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시장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 시장의 흐름에 따라 기업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 일단 물건을 내놓았다가 안 팔리면 생색내듯 값을 내려 파는 옛날식 사업 접근법으로는 오히려 소비자의 마음만 멀어지게 만들 뿐이다.

박홍용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