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시작된 원전 관련 기관의 지나친 구조조정이 작업자의 근무 조건을 열악하게 만들어 전체 원전의 안전체계에 중대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과학기술부가 최근 밝힌 한전의 원전 부서별 인력 현황자료(99년 8월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구조조정으로 고리·영광·울진·월성 원자력본부에서 모두 236명을 줄였는데, 이 가운데 179명(76%)이 원전 관련 요원으로 드러났다.
원전별로 보면 고리 제 1·2 원전에서 51명, 영광 제 1·2 원전에서 52명, 월성 제 1 원전에서 35명, 울진 제 1 원전에서 44명을 각각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현장 운전도 1일 6조 3교대에서 5조 3교대로 줄어 근무 조건이 열악해졌다.
한전은 그동안 주로 행정지원부를 대상으로 인력을 줄였다고 주장해 왔지만, 과기부 자료에 따르면 감원 부서는 주로 계측부·발전부·방사선관리부·기술부·전기부·화학부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전은 또 계측부를 업무 성격이 전혀 다른 전기부와 합쳐 계측제어부로 통합했는데, 지난 5월 과기부의 특별 점검에서 문제로 지적돼 원상 복구 권고를 받았지만 아직 시정되지 않고 있다.
또 원전의 안전을 감독·점검하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도 대대적인 정부 출연기관 구조조정으로 지난해말 335명 가운데 25%를 줄였고, 과학기술부도 원전 안전 관련 부서를 4개에서 2개로 축소했다. 원전은 20기로 늘어났는데 전체적으로 관리인력은 오히려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같은 무리한 구조조정 결과 올들어 지난 달까지 발생한 원전 사고·고장 건수는 모두 1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영광 2호기가 한 달에 3번이나 운전자의 실수로 정지하는 사건이 나면서 원전 안전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또 한국과학기술원 장순흥 교수도 지난 4월 체르노빌 원전 사고 13주기를 맞아 원자력안전문화재단과 가진 좌담회에서 『올들어 국내 원전에서 고장이 잦다』며 『경제성만 추구하는 무리한 구조조정 결과 작업자들이 피로가 쌓여 인재(人災) 위험이 커졌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편 국내 원전의 고장이나 사고 원인 가운데 13.4%가 작업자의 운전 조작 미숙 같은 「사람의 실수」(HUMAN ERROR)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적으로 보면 원자로 1기당 5~6년에 한 번꼴로 사람의 실수가 원인이 되어 고장이나 사고가 생긴다.
국회 산업자원위 소속 자민련 김칠환(金七煥) 의원이 최근 밝힌 「한전의 원전 가동 중지 현황」에 따르면 지난 78년 고리 1호기 운전 개시 이래 지금까지 원전 가동 중지는 모두 329회로, 이 가운데 44회가 「사람의 실수」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金의원은 『처음에 부품 고장이 원인으로 발표된 원전 가동 중지가 나중에 작업자의 실수로 인한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 3월 23일 복수기 밸브 고장으로 인한 영광 2호기 정지를 그 사례로 들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원전가동율은 세계 평균(77%)을 훨씬 웃도는 90% 수준이기 때문에 원전과 관련 기관의 구조조정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허두영기자HUHH20@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