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사업 다각화·현대家 영토 회복 '명분'보다 미미한 시너지 효과·자금 부담 '실리'택해

■ 현대重 왜 포기했나

현대중공업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포기한 것은 '명분'보다 '실리'를 중시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사업 다각화와 더불어 현대가(家)의 옛 영토 회복이라는 명분은 달성할 수 있지만 부족한 시너지 효과와 막대한 시설투자비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실익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6일 하이닉스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을 내릴 때까지 인수전 참여 여부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왔다. 당초 현대중공업이 하이닉스 인수를 검토한 것은 신재생에너지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경기 변동에 민감한 조선사업 비중을 30%로 줄이려는 경영기조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시너지 효과는 기대보다 크지 않은 반면 반도체 사업이 경기에 따른 부침이 심하고 지속적으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이 인수 의지를 접게 했다. 실제로 경기 사이클에 크게 좌우되는 반도체 사업에 새로 뛰어드는 것은 안정적인 매출 구조 확보를 위한 지금까지의 노력과 배치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조선과 반도체 사업이 동시에 불황에 빠질 경우 자칫 그룹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시장에서 제기됐다. 막대한 자금을 계속 투입해야 하는 점도 인수 참여를 포기하게 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매년 시설투자에 3조원가량의 자금을 쏟아부어야 경쟁력을 유지, 또는 강화할 수 있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자칫 현대중공업그룹의 여유자금을 오로지 하이닉스에 투입해야 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 발걸음을 돌리게 한 것이다. 이미 인수한 현대종합상사와 현대오일뱅크에 이어 하이닉스마저 품에 안으면 그동안 흩어져 있던 현대 계열사를 한 곳에 모으게 된다는 상징성도 있었다. 하지만 대주주인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가 이 같은 상징성을 내세워 하이닉스 인수를 밀어붙이기에는 현실적인 장벽이 너무 높았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하이닉스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적다는 내부 검토 의견과 인수를 우려하는 시장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하이닉스 인수전 불참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하이닉스는 그동안 대규모 투자를 통해 모바일D램 등 고부가 제품을 출시하면서 지난해에는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단행한 투자금액도 3조3,800억원에 이르는 등 독자생존에 문제가 없는 상태다.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지난 2008년과 2009년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겪었지만 최근에는 고부가 제품 비율을 높이면서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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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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