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으로 물건을 구입한다거나 교환해 쓰며 협업하는 소상공인들이 모범 사례입니다. 이처럼 소상공인 상호간 조직적인 협조를 강화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하는데 힘쓰겠습니다."
15일 대전광역시 보문로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에서 만난 이일규(63·사진) 초대 이사장은 "1,300여개 전통시장과 270만 소상공인이 스스로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맞춤형 현장밀착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시절 판로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개별 지역기업들을 엮어주는 타워 역할을 하자 모두가 좋아했다"면서 "소상공인간 도와주고 엮어주는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지역의 시장을 연결시켜 각각의 특색있는 판매제품을 교차로 판매함으로써 네트워크를 확대하겠다는 것. 더불어 영세한 소상공인을 협동조합으로 조직화해 공동브랜드 개발, 공동구매와 같은 협업사업을 확대하며 유통물류센터 구축도 추진하겠다는 게 이 이사장의 복안이다.
소진공은 전통시장을 포함한 소상공인 지원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소상공인진흥원과 시장경영진흥원을 통합해 지난 1일 발족했다. 이 이사장은 본부 통합에 발맞춰 지역 센터의 기능도 서둘러 합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 지역의 소상공인지원센터에 기존에 없던 전통시장 지원기능을 부가해 결합된 지원이 가능하도록 신속히 만들겠다"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날로 가중되고 있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에 대해 이 이사장은 "대형마트가 현재 시스템으로 계속 밀어 붙이면 소상공인은 모두 죽을 수 밖에 없다"며 "대기업이 자제하도록 현 제도를 조정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상인들이 문제제기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듣고 해결이 필요하다 생각되면 중소기업청이나 다른 부처에 계속 건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이사장은 "지금까지 주차장과 같은 전통시장 인프라 개선작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판단한다"며 "전통시장에 디자인 개념을 도입해 업그레이드함으로써 선진국 수준의 전통시장 문화를 만들겠다"고 계획을 소개했다.
소진공의 올해 예산은 1,660억원. 내년부터는 연간 2조원 규모의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을 조성·운용해 나갈 예정이다. 이 이사장은 "중기청과 상의해 상반기 중에 기금 설치·운영에 대한 초안을 만들려고 한다"면서 "정부재정의 어려움으로 2조원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는 서민경제의 근간인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자금을 줄여서는 안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중소 제조업의 근간이 되면서도 그간 다소 소외됐던 소공인에 대해서도 업종별 특성에 맞는 지원을 강화할 뜻을 나타냈다. 이 이사장은 "소상공인하면 음식점, 세탁소와 같은 서비스업만 연상하는데 10인 미만 제조업 분야도 꽤 많다"며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개발을 지원해 성공사례를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했다.
두 기관의 통합이 이뤄진 만큼 조직융합도 가장 큰 과제다. 정부 차원에서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에 메스를 댄 시점이어서 초대 이사장의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이 이사장의 비책은 '혁신'이다. 그는 지난 8일 출범식 후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을 만나 조직혁신의 의지와 방향을 보고했다.
이와관련, 이 이사장은 "모든 사업을 검토해 시대에 맞춰 새롭게 도입하고 유지·발전시킬 것과 폐기할 것을 구분하는 사업혁신을 추진하겠다"며 "수개월 후 작업이 마무리되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업무추진이 가능하도록 조직혁신을 하고, 인사교류와 함께 인사혁신을 단행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업무는 유사한 지원기능이 합쳐졌기 때문에 조직 융합 작업은 무난할 것"이라며 "2015년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최상을 받겠다는 중간목표를 설정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