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치아상식] 먹거리 장수비결

옛날 왕 가운데는 불의의 사고가 아니라도 빨리 죽는 경우가 많았다. 온갖 좋다는 음식은 다 먹고 몸에 이롭다는 약은 다 썼을 텐데도 말이다. 반면에 양반 집에서 일하는 돌쇠는 마님 댁의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평균 수명은 거뜬히 넘겼다. 물론 돌림병과 같은 몹쓸 질병에 걸리지 않는 한 말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먹거리에 있었다고 본다. 임금은 날것이나 거친 음식을 먹기 보다는 주로 소화가 잘 되도록 잘게 썰어 부드럽게 익힌 음식을 먹었다. 그러나 집안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돌쇠는 부드러운 음식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현실이다. 꽁보리밥 한 덩이에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서러운 신세였던 것이다. 바로 여기에 문제를 풀 수 있는 핵심이 있다. 딱딱하거나 거친 음식을 먹으려면 귀찮을 정도로 씹어야 한다. 음식물을 먹는 당시에는 힘들고 귀찮을 수 있지만 씹는 것 자체는 이와 잇몸, 그리고 턱을 튼튼하게 해준다. 또 혈액순환을 좋게 해주고 씹을 때 생기는 침은 소화작용을 돕는다. 딱딱하거나 거친 음식의 대부분은 다량의 섬유질을 포함하고 있어 건강에 도움을 주고 이에도 달라붙지 않는다. 그만큼 치아건강에 좋다는 말이다. 반면에 부드러운 음식은 어떤가. 대부분의 부드러운 음식은 이나 잇몸에 잘 달라 붙어 치아건강을 해친다. 부드러운 음식만을 즐겨 먹으면 이와 잇몸이 약해지고 소화기관이 서서히 힘을 잃는다. 이러한 증상은 전체 건강에 적신호를 주는 것이다. 충치나 잇몸병으로 고생할 확률도 돌쇠가 왕보다 훨씬 낮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야채나 현미와 같이 딱딱한 음식과 멸치와 같이 뼈째 먹을 수 있는 생선은 영양가로서 뿐만 아니라 이와 잇몸, 그리고 건강에 큰 도움을 준다. <박재석 뉴욕치대 임상교수ㆍ서울 청담동 미프로치과원장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