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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풍지대'로 여겨지던 독일 은행권도 신용등급 강등의 칼바람을 피하지는 못했다.
6일 블룸버그통신은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독일 2위 은행인 코메르츠방크를 포함해 7개 독일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코메르츠방크의 신용등급은 A3에서 A2로 한 단계 내려갔으며 등급전망은 부정적이 됐다.
무디스는 또 독일 주정부 소유의 공영은행(Landesbank)인 바덴뷔템베르크와 노르트도이체란데스방크,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 독일지점 등의 신용등급도 하향했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에 대해서도 신용등급 검토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의 기관차로 불리는 독일경제는 그리스ㆍ스페인 등 주변 국가들이 재정위기로 신음하는 것과 달리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며 승승장구해왔다. 특히 독일 국채는 안전자산으로 부각되며 가격이 급등해 수익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그러나 이번 은행들의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은 유로존 위기의 여파가 독일까지 번지고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디스는 "각 은행의 위험흡수 능력이 제한적인데다 유로존 채무위기에 따른 추가적인 충격 위험이 증폭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해 11월에도 독일 10개 공영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했으며 지난달에는 전세계 100여개 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피치도 지난해 12월 골드만삭스ㆍ뱅크오브아메리카ㆍ씨티그룹 등과 함께 도이체방크의 신용등급을 하향했다.
최근 독일 주식시장의 움직임이나 제조업지표, 기업 전망 등에서도 유로존 위기가 전염되고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5일(현지시간) 영국 시장조사업체 마킷이 발표한 독일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5.2로 4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2009년 7월 이후 3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가운데 수출 비중이 높은 독일 자동차산업조차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5월 독일 내 자동차 생산은 전년동기 대비 17% 감소했고 수출 역시 13% 줄었다. 4월 독일 자동차 업체들이 유럽연합(EU)으로 수출한 물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 축소됐다. EU 외에 독일의 주요 교역 상대국이었던 중국ㆍ브라질ㆍ인도 등도 경기가 둔화하면서 수입을 줄이고 있다.
또 최근 10일간 독일증시의 DAX지수는 16% 폭락했으며 민간경제연구소가 7,000여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5월 Ifo 기업신뢰지수도 6개월 만에 하락 반전했다.
이처럼 독일경제마저 흔들리면서 유로존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유로존 위기해결에 소극적이었던 독일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지면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독일이 유럽 위기상황과 무관하게 홀로 승승장구하던 시기는 끝을 향하고 있다"면서 "결국 독일경제 역시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이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유럽을 살리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