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마이골프] 생애 최고의 샷

7년 전쯤 여름, LA에 출장을 갔을 때의 얘기다. 친구들과 골프를 치는데 그날 따라 영 골프가 안됐다. 당시는 한창 골프를 칠 때로 샷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어 있을 때였다. 하지만 아무리 시차 때문에 컨디션이 나빴다고 해도 도대체 똑바로 가는 샷이 거의 없었고 퍼팅도 홀을 돌아 나오기만 했다. 돈 잃고 속 좋은 사람 있는가. 나는 얇아진 지갑과 더불어 열을 받을 대로 받고 있었다. 게임은 어느덧 종반전. 16번홀까지 매홀 죽을 쑤던 나는 파4의 17번홀 티샷 역시 슬라이스를 내며 러프쪽으로 보냈다. 가보니 다행히 라이는 좋았다. 그러나 슬라이스 난 볼이 얼마나 나갔겠는가. 그린까지의 거리는 무려 210야드 남짓했고 거기에 오르막이었다. 그날 샷 감각으로 봐서는 올라갈 리 만무한, 그런 상황이었다. 그런데 볼을 바라보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골프는 최악임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대로 주저 앉을 것인가. 아니다. 지금부터 잘 쳐보자. 지금 쳐야 하는 세컨 샷을 내 생애 최고의 샷으로 만들어 보자.` `생애 최고의 샷`이란 단어가 그때 왜 떠올랐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그런 생각으로 스윙을 했다. 맞는 감은 괜찮았다. 볼은 그린쪽을 향해 날았다. 그린에는 볼이 딱 하나였는데 그것도 홀 1㎙ 옆에 붙어 있었다. 확인 결과 내 볼! 난 그 홀 버디로 일거에 지갑 복구에 성공했다. 그런데 18홀이 끝난 후 친구 한명이 웃으며 말했다. “사실 17번홀의 자네 샷은 막 그린을 떠나던 앞 팀 미국인 발에 맞았는데 그 사람 화가 났는지 볼을 집어 홀쪽으로 던지더군. 자네 골프가 영 부진해서 가만히 있었던 거야.” 사연은 그와 같았지만 난 그날 골프가 내내 잊혀지지 않는다. `생애 최고의 샷`이란 다짐이 아주 그럴 듯해서 이다. 그 후 나는 위기 때마다 `생애 최고의 샷`이란 구절을 떠올리곤 한다. 요즘은 그때만큼 열정적으로 골프를 치지는 않는다. 요즘의 화두는 `즐거운 골프가 최고`라는 것이다. 승부사들은 독하게 쳐야 스코어도 난다고 말하지만 난 독한 사람이 못 되는 모양. 우선은 마음이 여유로워야 스코어가 좋아지니 말이다. <김흥구 골프스카이(www.golfsky.com)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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