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김진현 KIST 기능커넥토믹스연구단장

뇌신경망 지도화 성공… 자폐증 치료 큰 도움 기대

해마 신경연결망 3차원으로 시각화

치료 시기·부위 등 나노수준 관찰 가능

뇌 해마 신경망을 전산화한 지도. /사진제공=KIST

뇌 해마와 해마 속 신경망 지도. /사진제공=KIST

김진현(앞줄 가운데) KIST 기능커넥토믹스연구단장이 제자들과 함께 연구실 건물 벽에 뇌 신경망 지도를 그린 뒤 웃고 있다. /사진제공=KIST

사람의 뇌는 현존하는 웬만한 전자기기 회로보다 더 복잡하고 정교하게 구성돼 있다. 뇌의 각 부위는 세포로 된 신경회로로 연결돼 있으며 뇌신경은 우리 몸의 곳곳을 제어한다. 이 때문에 인간의 뇌를 완전히 정복하는 것은 인류의 오랜 숙원이다. 뇌 신경만 제어할 수 있다면 우리는 수많은 신경 질환에서 해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일 서울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본원 연구실에서 만난 김진현(44) KIST 기능커넥토믹스연구단장은 이런 인류의 도전에 작은 단서를 던진 과학자이다. 그는 신경망의 최소 단위인 시냅스에서 살아 있는 신경세포 간 연결을 분석할 수 있는 뇌신경망 지도기술(mGRASP)과 이를 3차원으로 시각화할 수 있는 영상분석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김 단장은 이 공로로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서울경제신문이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4월 수상자로 선정됐다.

뇌신경망 구조를 살피는 연구는 1906년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이 신경망의 기본구조를 밝힌 이래 100년간 수많은 국내외 학자가 관심을 둔 분야다. 한 번에 여러 세포를 동시에 관찰하는 신경망 영상화는 현재 전자현미경 관찰과 광학현미경 관찰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전자현미경의 경우 ㎚ 크기까지 관찰이 가능하지만 뇌의 전체적인 구조까지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면 광학현미경은 ㎚ 크기까지 뇌신경을 관찰할 수가 없다. 우리가 병원에서 흔히 찍는 자기공명영상(MRI)의 경우는 ㎜ 단위가 한계로 뇌세포나 회로 따위는 결코 볼 수 없다.

김 단장의 뇌신경망 지도화 기술은 20㎚ 간격의 시냅스를 광학현미경으로 더 쉽게 찾아낼 수 있게 한 기술이다. 김 단장은 생쥐를 대상으로 최근 생명공학계가 널리 쓰는 녹색형광물질을 두 분자로 쪼갰다. 나뉜 분자들은 공간적으로 가까워지면 형광을 띠는 데 김 단장은 분자기술을 사용해 20㎚ 시냅스에서만 녹색형광을 띠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뇌 속 해마의 신경연결망을 3차원으로 시각화하고 기억력을 선천적으로 좌우하는 자매세포 간 연관관계를 규명했다. 뇌신경망을 나노 수준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됨으로써 어느 시기, 어떤 부위에 자극을 줘야만 신경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하지는 않았지만 동물실험을 통해 어느 정도 지침은 줄 수 있다.

김 단장은 "사람의 뇌는 모두 다르지만 기본적인 구조 틀은 같다고 생각한다"며 "광학현미경의 해상도 부족을 극복하면서 시간을 월등히 단축시키는 획기적 성과"라고 소개했다.


김 단장의 연구는 이미 전 세계 300여개 연구실에서 공유했다. 해외에 특허도 출원했다. 김 단장은 나아가 파킨슨씨병·자폐증을 유발하는 뇌 부위를 지도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원천기술을 확보한 만큼 뇌신경망 지도 영역을 점차 넓힌다는 복안이다.

관련기사



김 단장은 "뇌신경망 지도도 온라인 지도 서비스처럼 필요한 부분부터 조금씩 확보해야 한다"며 "앞으로 임상과 연결할 수 있는 연구도 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어릴 때부터 개미·지렁이 관찰… 자연스레 과학자의 길로"

■ 김진현 단장은

윤경환 기자

"어릴 때부터 과학을 워낙 좋아해 아무런 의심 없이 생물학 연구의 길로 들어섰어요. 집 마당에서 개미·지렁이를 관찰하고 부모님이 사준 싸구려 플라스틱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게 그렇게 재미있었죠."

김진현 한국과학기술원(KIST) 기능커넥토믹스연구단장은 뼛속까지 타고난 과학자였다. 다른 아이들은 인형과 놀기 바쁜 아주 어린 시절부터 마당의 생물과 씨름했을 정도다. 사교육은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지만 학교 과학장은 열심히 나갈 정도로 과학에 푹 빠져 지냈다. 김 단장은 "부모님이 사교육보다는 자유를 많이 주셔서 혼자 이것저것 관찰하며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며 "지금까지 생물연구 말고 다른 것에 관심 가진 일이 없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유럽과 미국 연구환경을 모두 경험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정통과학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그는 세계 연구의 중심인 미국으로 다시 건너가 연구활동을 이어갔다. KIST로 자리를 옮긴 것은 정부가 한국 과학의 국제화를 목적으로 '세계 수준의 연구센터(WCI)' 사업을 마련하면서다.

김 단장은 한국 과학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과학 그 자체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과학자라고 하면 흰 가운과 안경을 쓴 꽉 막힌 이미지인데 그런 선입견을 타파할 필요가 있다"며 "어릴 때부터 과학체험과 경험을 많이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경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