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빅 블루의 제2막

◎IBM은 우수한 제품생산과 영업실적 호조로 이익이 늘어나고 있다.앞으로의 전망은.지난 월요일 IBM이 분기실적을 발표했을때 그 뉴스는 조셉 콘라드의 지루한 서사시에서 마지막 장같이 반가웠다. IBM은 험한 여정끝에 소수의 계열회사 형태로 되돌아왔다. 지난 여름 IBM은 흑자를 기록했다. 회사측은 이익이 예상보다 늘어났다고 밝혔다. 싱크패드 560과 같은 신형 컴퓨터들이 수십년만에 처음으로 날개돋친듯 팔린 것이다. 또 IBM이 정보고속도로의 대열에 오르게하는데 기여한 서비스사업부문은 올1월부터 9월까지 1백1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게 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는 IBM의 7대회장인 루이스 거스트너가 연출해낸 기적을 확신할 수 없다. 지난 3년간 거스트너는 IBM을 그의 고위비서가 다소 거칠게 표현했던 「거의 죽을 뻔한 경험」에서 빠져나오게 했다. 거의 죽을뻔한 경험은 메인프레임 컴퓨터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에 따른 것으로 그 사업은 카터행정부때 하락세가 시작됐다. 지난 93년4월 부임한 이래 거스트너는 실질적으로 존립해온 사업들에 다시 초점을 맞추었고 40%의 노동력을 감축했으며 한때 부진했던 주가를 3배나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90년대의 가장 어려운 산업계의 수수께끼에 답했다. 어떻게 회사를 최악의 본능에서 구출할 것인가. 생각해보라. 거스트너는 항상 그것을 실행해온 것같다. 그러나 지난주의 좋은 소식은 1백30달러에 머물러온 IBM의 주가를 계속된 쳇바퀴에서 벗어나지못하게했다. 스코트 피츠제럴드의 유명한 말처럼 미국인의 생활에서 제2막이 없다면 미국경제계의 재기사례는 더 적은 것이다. 물론 제1막은 대규모 감원을 단행한 AT&T의 최근 예를 통해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익숙한 것이다. 지속적인 흑자성장을 창조하는 제2막은 연출하기가 까다로운 대목인 것 같다. K마트와 같은 회사들은 스위니 토드의 목자르기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비용을 절감하고 그로인해 이익이 늘어났다. 그러나 일단 비용절감이 중단되면 성장도 멈추었다. 이는 매일 아침 거스트너가 거울에서 직면하게되는 실제적인 문제이다. 세계18위 규모로 연간 매출액이 7백20억달러인 IBM 만한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사실 경영진이 목표로 세운 연간 7%의 성장을 달성하려면 IBM의 판매력은 매년 볼리비아의 GNP규모 같은 경제적 기회를 발견하고 신규사업에서의 50억달러 이익을 실현해야만 한다. 일부 적극적인 분석가들은 IBM이 그목표를 원만히 달성, 오는 98년에 1주당주가가 2백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른 전문가들은 이 회사가 이미 압박을 받고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주가가 1987년의 최고치보다 낮은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란 예측이다. 예측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로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IBM의 투자자회의에 참석한 분석가들은 리처드 토먼 재무담당이사가 공개하는 숫자보다는 그의 보디랭귀지(몸짓이 암시하는것)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거스트너와 토먼은 그러나 자신들의 보디랭귀지보다는 고객들의 보디랭귀지를 참고하여 기업의 미래구도를 구축해왔다. 사무실과 공장에서 열리는 컴퓨터시스템(다른 것은 아니다)에 관한 회의에서 팔장을 끼고 묘한 표정을 짓는 것은 기계의 위험을 몸으로 얘기하는 것이다.IBM은 그러한 감정이 사라지게하는 거대한 사업을 보고있다. 디지털변혁은 미래에의 즐겁고 가벼운 발걸음을 전력질주로 바뀌게 했다. 포천지선정 5백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은 기술과 관련된 결정을 내릴때 목숨을 걸고 뛰는 기분을 느낀다. 그러한 달리기는 중요한 사업에 대한 최고경영자들의 주의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토먼은 『기업들은 자신들이 하고있는 것을 하길 원하며 정보기술을 하길 원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IBM은 첨단기술 하드웨어 장사 대신에 지원서비스를 판매하고있다. 거스트너는 앞으로 10년간 기술시장은 어디에서 시작해야된다는 단서없이 사업구조를 바꾸려는 기업들로 넘칠 것으로 예측하고있다. IBM은 이들 기업에 당신의 사촌 필과 같은 기관, 여러분이 어떤 PC를 구입할지 토론을 벌이고 준비중인 세금환급의 마지막 절반을 어떻게 받아낼지 궁금할때 부를수 있는 친척처럼 해결책을 판매할 계획이다. 거스트너의 빅 블루(IBM상품)는 여러분에게 안전하게 미래를 안내하는 해결책을 제공할 것이다. 과거의 IBM이 수백만달러 상당의 메인프레임 옆에선 흰 와이셔츠차림의 토머스 왓슨이었다면 새로운 IBM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잡다한 일을 처리하는 루 아저씨이다. 매우 수익성있는 선택같아 보인다. 1백27억달러의 매출을 내고있는 IBM의 서비스부문은 연간 25%씩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사실은 IBM이 빠르게 무용지물이 돼가는 실리콘부문이 아니라 정말 지식을 팔 수 있기 때문에 희소식이다. 토먼은 이 그룹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기때문에 IBM조차도 낯선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1만5천명의 재능있는 인원들을 내년에 새로운 사업부문에 재배치시키는 것이다. 거스트너는 최근 기업경영악화의 주원인이었던 구식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사업부문을 부활시켰다. 그는 토먼을 경영난에 허덕이는 PC사업부문장에 올려놓고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했다. 토먼은 그룹의 거의 5백개에 이르는 PC모델중 일부품목 생산을 중단하는 한편 전면적인 비용절감을 단행해 나머지부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난 1월 IBM은 PC업계 선두주자인 컴팩보다 PC 하나를 만드는데 지출하고 걸린 시간이 2배였다. IBM은 이제 최고품질의 PC를 생산한다고 주장한다. 정보고속도로의 캐딜락인 수백만달러짜리 데이터 괴물들을 생산하는 IBM의 대형컴퓨터 사업부문을 고치는 문제도 쉽지 않았다. 컴퓨터업계에 있어서 성장을 구가하고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싼 컴퓨터로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소규모회사들이다. 이 작은 PC들은 수백만달러가 아닌 수천달러에 급속도로 팔려서는 델같은 신생회사들이 IBM을 제치고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있다. 거스트너는 그러나 대형컴퓨터에 승산이 있다고 믿고있다. 그는 인터넷과 내부 네트워크(인트라넷)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IBM만이 만들 수 있고 유지할 수 있는 대형컴퓨터의 수요급증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런 예상에 뉴욕 아몽크에 있는 IBM본사는 두려움을 감추지 못한다. 대형컴퓨터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며 수십억원을 쏟아부었던 IBM의 80년대초 상황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정은 IBM을 파산지경에까지 몰고갈뻔 했다. 거스트너는 적어도 대형컴퓨터 사업부문의 기술숭배문화를 척결하고 맥도널 더글라스보다는 맥도널드적인 문화로 대체했다. 고객중심 전략은 유효했다. 분석가들은 IBM의 매출이 천천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소프트웨어는 좀더 까다로운 부분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2배인 연간 1백26억달러의 소프트웨어를 팔고있지만 IBM은 인터넷시대에 필수적이라고 여겨지는 소프트웨어를 혁신하는 이미지를 갖추지 못하고있다. 거스트너는 지난해 29억달러에 로투스를 매입하면서 이미지를 개선하려했지만 여전히 의구심이 감돌고 있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존 올티식 분석가는 『IBM은 인터넷에 대해 혁신을 하지않고 있다. IBM은 전략에서 넷스케이프와 마이크로소프트에 뒤진다』고 말한다. 거스트너는 지금까지 그가 취해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간의 균형이 올바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내가 처음 왔을때 이 산업은 PC가 해결책이며 모든 사람들이 손목시계로 모든 계산처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허황된 선전을 믿고 있었다. 나는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다. 상황은 좀더 복잡한 것이다』고 말한다. 결국 IBM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것은 물론 그같은 복잡성이다. IBM은 항상 혼란에 대한 해독제 역할을 자처해왔다. 80년대 말 실패한 것은 IBM이 컴퓨터산업계 전반보다 이미 더욱 복잡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거스트너는 단순성과 해결책의 메시지를 설교하고 다닌다. IBM이 지난 분기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몇 분기 더 견실한 성과를 보여준다면 월스트리트까지 그를 믿기 시작할 것이다.<조슈어 쿠퍼 래모 기자/대니엘 아이젠버그,리사 그라나트스테인/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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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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