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불국사, 석굴암, 창덕궁, 수원화성… 지난 95년과 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자랑스러운 우리 건축물이다. 그 건축의 과정에는 선조들의 문화, 즉 삶, 창의, 과학적 사고, 종교 등이 오롯이 체현되었다. 우리는 이 건축물을 만나 천 년, 수백 년 전 선조들의 삶과 숨결을 느끼고 호흡한다. 그리고 감동한다. ‘감동이 있느냐 없느냐’로 건축과 건물을 구분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감동, 작가의 창의성과 예술혼에 대한 감동, 건축 안에 녹아있는 역사와 삶에 대한 감동이 있어야 비로소 ‘건축’이라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댐이나 교량과 같은 토목구조물은 매우 정교한 과학과 첨단기술에 의해 세워지지만 그 안에는 감동이 없다. 오늘날 세계인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아름답고 품격 높은 건축물 역시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그리고 이 감동은 그 나라와 그 도시, 그 건축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감동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건축물이 어떤 나라와 어떤 도시, 그리고 어떤 문화를 상징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감동은 그 나라와 그 도시, 그 문화를 이루고 사는 민족과 국민들의 자부심이 된다. “아시아 건축문화의 허브, 우리는 가능한가?” 이 거창한 비전에 대한 대답 역시 마찬가지다. 선진한국을 향해 사회 각 분야의 경쟁력 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우리가 건축문화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건축을 통해 국민을 감동시키고, 나아가 세계를 감동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 건축이 우리의 자부심이 되어야 한다. 근대화 이후 우리 도시들은 괄목할 팽창과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급격한 경제성장에 따른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양적인 성장에 치중했던 건축정책의 결과로 획일적이고 품격이 낮은 건물의 양산과 도시경관의 부조화를 낳았다. 이에 대한 반성과 극복 없이 ‘감동 주는 건축’은 요원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 최근 삶의 질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축문화 발전의 여건이 성숙해지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마침 참여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사업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미래 건축도시의 상징성과 건축문화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적기를 맞고 있다. 첨단기술과 창의적인 건축물을 선보이고 건축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박물관이나 경기장을 만들어,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건축예술이 표현될 수 있도록 건축인들의 관심과 애정을 당부한다. 범정부적으로 적극적인 정책을 세우려는 움직임도 매우 시의 적절하다. 특히 건설교통부가 추진한 ‘건축기본법’이 공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16돌을 맞는 ‘한국건축문화대상’은 우리나라를 유럽 등 선진국과 같은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켜왔다. 이제 ‘건축기본법’ 시행과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개소와 같은 실질적인 제도와 정책적 지원으로 명실상부한 건축문화 진흥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건축문화대상’은 지난 십 수 년 동안 건축문화 불모지였던 우리 사회에 새로운 문화의 토양을 마련하고, 사회 각 분야에 건축문화에 대한 관심을 자극하고 인프라를 구축했다. 정부와 건축 전문가들의 이해와 협력을 이끌어내는데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한국건축문화대상’이 가꾸고 닦아놓은 터전 위에서 ‘아시아 건축문화의 허브’를 넘어, 프랑스의 미테랑 프로젝트, 독일의 건축문화운동, 이탈리아 베네치아 비엔날레처럼 지구촌의 축제가 될 수 있는 우리의 건축문화가 부흥할 수 있도록 뜻과 지혜를 모아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