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훈은 이 대국을 갖기 며칠 전에 외국어대 중국어과 학생이 되었다. 외국어대는 프로기사들에게 여러 해 전부터 특대생 대우를 해주고 있다. 오늘 사이버오로 해설을 맡은 원성진 역시 같은 중국어과 선배이다. 오늘 이 한 판만 이기면 세계챔피언의 명예와 2억5천만원이 한상훈에게 주어진다. 청소년 기사들은 자기 일처럼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국장인 여의도 트윈타워에는 오전부터 프로기사들이 모여들었다. 공식해설위원인 최규병과 TV해설을 맡은 유창혁, 거기에 김지석4단(랭킹14위)이 차례로 얼굴을 보였다. 흑31은 부분적으로 볼 때 급소가 분명하지만 지금의 배석 상황에서는 조금 심했다. 백32의 선제공격을 당해 전투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되었고 중반내내 숨가쁘게 쫓기는 단초가 되었다. 이 수로는 참고도1의 흑1, 3으로 유연하게 풀어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백38은 최강의 반발. 이 수로 참고도2의 백1에 받아주는 것은 흑2 이하 10으로 흑도 아무 불만이 없다. 흑47까지의 절충은 필연. 흑도 상당한 실리를 확보하긴 했지만 다시 백48의 공격을 허용하여 한 박자씩 백에게 위압당하고 있다. “어이 김주호. 잘 왔어. 나 좀 도와줘.”(원성진) 백48이 놓였을 때 김주호7단이 검토실에 들어오자 원성진이 반색을 했다. 같은 권갑룡도장 출신으로 나이는 김주호가 한 살 위지만 원성진이 입단 선배이므로 친구로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