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중국 주재원의 돈자랑(?)

[기자의 눈] 중국 주재원의 돈자랑(?) 중국 베이징(北京)의 한국인 집단 거주지인 왕징(望京) 지역의 아파트 임대료는 매년 2월과 8월이 되면 어김없이 치솟는다. 임대료가 다른 시기에는 떨어지는데 유독 2월과 8월에만 급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말할 것도 없이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이 시기는 기업 주재원들의 인사철인데다 신학기 준비를 위해 몰려온 유학생의 수요가 많아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수요만 생각하면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공급 측면에서 보면 설득력을 잃는다. 자고 나면 새로운 아파트들이 속속 생겨 한국인들의 신규 수요를 초과하고 있어서다. 따라서 계속 낡아가는 기존 주택의 가격은 떨어져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임대료는 왜 오를까. 교민들은 그 원인을 일부 주재원들의 잘못된 ‘돈자랑(?)’에 부동산 소개업소가 편승, 가격질서를 파괴하고 있는 데서 찾는다. 왕징 지역 임대료는 주재원들이 주로 살지 않았던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매년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많아 살기 편하다’는 이유로 주재원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일부 부도덕한 주재원들이 좋은 집을 싹쓸이하면서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범으로 등장하더니 최근에는 자기 마음에 들면 이미 다른 사람이 계약한 집도, 심지어 남이 살고 있는 집마저도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주고 가로채고 있다. 주재원들이 이런 행태를 보일 수 있는 것은 집값을 회사에서 보전해 주기 때문이다. 주재원들의 대부분은 주택 임대비용을 회사에서 실비 정산해주기 때문에 얼마를 내고 집을 얻든 자신에게는 손해가 돌아가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주변 교민들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높은 임대료를 기꺼이 지불한다. 문제는 이런 이기심이 교민간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이국 땅에서 어렵게 살림을 꾸려가는 자영업자나 유학생들에게 선의의 피해를 입힌다는 데 있다. 상당수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집값을 올려 주거나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임대료가 싼 다른 지역으로 거처를 옮기며 주재원들에 대한 적개심을 불태운다. “자기 돈으로 집을 얻는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턱없이 높은 임대료를 주면 결국 국부(國富) 유출이라는 사실을 잊은 것일까. 있는 자의 ‘돈자랑(?)’이 아니라 ‘돈지랄(?)’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왕징 교민들의 원성이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 들리지 않는 것은 어떤 연유일까. 그동안 잘못된 행태를 보인 주재원들은 그 배경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때다. /고진갑 기자 베이징특파원 go@sed.co.kr 입력시간 : 2004-08-05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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