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4월 1일] 진정한 프로

“보람을 느낀 지난 50년이었고 앞으로도 죽는 날까지 무대에 서겠다. 다시 태어나 직업을 가진다 해도 역시 가수다.” 올해 나이 70을 넘긴 한 노(老) 가수가 데뷔 50년 기념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 주인공은 패티김이라는 예명으로 지난 50년간 무대를 주름잡아온 가수 김혜자씨. 그녀는 주옥같은 노래로 오랫동안 대중을 사로잡으며 위로와 안식을 선사해왔고 국민가수로서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흔히 우리는 전문가 내지 전문직업인이란 뜻으로 프로페셔널(professional)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이는 오랜 기간 한 우물을 파서 그 분야의 깊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을 뜻한다. 50년을 두고 한 우물을 판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일시적인 유행이나 시류에 편승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유행을 좇고 시류에 휩쓸리다 보면 한 분야에서 깊이 있게 무엇인가를 이루기란 쉽지 않다. 외골수 같은 천직의식과 생명을 불태우는 혼을 싣지 않고는 그 분야의 진정한 전문가가 될 수 없다. 우리가 패티김에게 감동을 받는 것은 “노래는 운명이고 가수가 천직”이라는 그녀의 노래가 인생에 대한 관조를 통해 폐부의 심연에서 끌어올린 그 무엇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단순히 성량이 풍부하다거나 목구멍에서 맴도는 기교만으로는 그녀가 만들어내는 깊이와 감동이 묻어나는 그런 소리를 낼 수 없다. 항상 새로운 변신을 추구하는 그녀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독보적인 영역을 쌓아왔다. 팝송이나 트로트에만 머물지 않고 폭넓은 음악을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지난 1962년 우리나라 최초로 리사이틀이라는 제목을 쓴 버라이어티 공연을 했고 1989년에는 한국인 가수 최초로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갖기도 했다.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것을 보태며 고유의 영역을 확장해온 그녀의 인생. 그것이 그녀가 롱런하며 정상에 오래 머문 이유 중 하나다. 그녀는 철저한 자기관리로도 유명하다. 음주나 흡연ㆍ밤샘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30대 후반부터 매일 1시간 이상 운동을 계속해 무대에 설 때 항상 몸매가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고 한다. 패티김은 진정한 프로의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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