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쟁점 政-財 거리 단축할까' 촉각16일 열리는 정ㆍ재계 간담회에서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기업들의 경쟁력을 가로막고 있는 규제는 최대한 풀어주되 금융위기 이후 재계와의 간담회를 통해 합의한 기업구조개혁 5+3원칙은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즉 재벌정책에 대한 총론은 그대로 유지하되 각론에 들어가서는 신축적으로 대응한다는 원칙이다.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취임 후 3번째로 마련된 만남이다. 30대 기업 구조조정본부장들과 경제부총리가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안팎으로부터 뜨거운 조명을 받고 있다. 정부는 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를 있는 그대로 들어보자는 입장이고 재계는 나름대로 출자총액제한제도 연장, 30대 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 해외 현지금융한도 확대, 수출환어음(D/A) 수출 네고 한도 확대 등 업계의 숙원사항을 요구할 예정이다.
그러나 핵심쟁점에 대해서는 정부와 재계가 여전히 평행선을 긋고 있어 간담회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재벌정책 기본원칙 변함없다
핵심정책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정부의 의지는 최근에도 여러 채널을 통해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9일 주한상의협의회(KIBC) 주최로 연린 강연에서 "개혁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며 필수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 부총리와 이근영 금감위원장,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 이해찬 민주당 정책위의장, 강운태 제2조정위원장도 15일 오전 조찬간담회를 갖고 대기업 개혁의 기본원칙은 변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부가 핵심원칙 고수를 강조하는 기본적인 배경에는 대기업들이 변하지 않았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외환위기 이후 재벌들의 선단식 경영이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됐으나 아직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오너의 지배력 강화와 부실계열사에 대한 지원 등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상호출자렐廢?출자 연결고리는 여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8월 공정위가 발표한 '대규모 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 조사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계열렉胄瓦?사에 대한 출자총액은 45조9,000억원으로 1년새 16조원이 늘어났다.
이중 5대 그룹이 31조2,000억원으로 68.0%를 차지했으며 4대 그룹을 포함, 19개 그룹 출자총액이 증가했다.
계열사간 상호출자총액은 지난 99년 26조1,000억원에서 34조6,000억원으로 1년새 8조5,000억원 늘었다. 재벌개혁이 거꾸로간 셈이다.
진 부총리는 최근 기자간담회, 라디오방송 출연 등을 통해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와 그동안의 성적표를 보여줘야 정ㆍ재계간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꾸로 말하면 그동안 재계가 5+3원칙에 관한 한 좋은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동안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여온 출자총액제한, 30대 기업집단 지정제도 등은 16일 회의에서도 거론될 것이 분명하나 양측의 입장을 좁히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 투자확대 유도
전경련도 정부의 진의를 파악했는지 15일 부문별 과제 건의에서 출자총액제한 연장요구를 슬쩍 제외시켰다.
정부는 그 대신 업종을 나누지 않고 획일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부채비율 200% 의무화에 대해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재계와 논의할 의사를 내비쳤다.
또 위축된 기업들의 투자를 부추길 수 있는 방안을 재계와 같이 모색해본다는 계획이다. 재계도 수출활성화와 투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ㆍ재계간 의견일치를 보이는 대목이다.
재경부는 최근 재계가 규제개혁위원회와 정부에 건의한 내용에 대해서는 일일이 검토후 규제완화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재계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일지의 여부를 늦어도 이달 말까지 결정해 통보할 예정이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정부는 5+3원칙을 중심으로 한 핵심정책을 그대로 밀고나감으로써 기업투명성과 지배구조개선을 완성하고 재계가 건의한 ▦무역활성화 ▦기업경영 원활화 ▦합리적 세제개선 ▦환경부문 규제완화 ▦산업입지 규제완화 ▦안전관련 규제완화요구를 최대한 수용함으로써 수출활성화와 투자촉진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
박동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