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자동차보험 무엇이 문제인가] <4>보험사기, 소리없는 범죄

'나이롱 환자'에만 年3,000억 샌다<br>작년 1만5,644건 적발등 해마다 급증<br>"연간 보험사기 규모 3조8,000억" 추정<br>모집인·병원등 결탁 대형·조직화 추세

지난 여름 대전의 한 주택가. 택시 기사 이모씨 등은 미리 준비한 차량에 고가의 휠과 오디오 등을 장착한 후 다른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벽시간, 인적이 뜸해지자 가해자 역할을 맡은 운전자와 차량이 나타났다. 이미 여러 번 ‘손 발을 맞춰’ 본 이들은 각본 대로 뒤 차량이 앞 차량을 큰 충격 없이 들이 받는 이른바 ‘비켜치기 수법’으로 접촉사고를 냈다. 이들이 이런 수법을 통해 차량수리비와 합의금 등 보험금을 받아낸 것만 4년 동안 44회. 이렇게 타낸 보험금만 3억3,000여만원. 더 많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이들은 보상직원을 폭행, 협박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 8월 대전광역시 보험사기단은 검거돼 이중 8명이 구속됐다. 지난 15일 손해보험협회의 가짜 환자 단속이 벌어진 서울의 한 병원. 교통사고로 입원해 있다는 환자들의 침대는 대부분 비워져 있다. 환자복은 놓여 있고, 지급된 약도 먹지 않은 채 그대로 있다. 교통사고 피해자 열명 중 7명은 입원하며 이중 5분1이 병실을 비우는 부재환자, 일명 ‘나이롱 환자’다. 손해보험업계는 이런 나이롱 환자 때문에 빠져 나가는 보험금만 연간 3,000억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보험사기, 이것은 분명 ‘범죄’다. 조직적으로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지 않았어도 자신의 피해를 과장해 필요 이상으로 많은 보험금을 받아냈다면 이것 역시 범죄다. 그런데 보험범죄, 특히 자동차보험과 관련된 범죄는 그 건수와 규모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03년 손해보험업계 보험사기 적발건수는 8,677건에 보험금 액수는 529억원, 지난해에는 1만5,644건에 보험금 규모 1,025억원으로 배 이상 늘었다. 올해 들어서는 상반기에만 9,773건이 적발됐고, 이에 따른 보험금 누수만 628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규모는 단지 보험범죄가 적발되 환수된 것 뿐, 실제 보험범죄로 빠져나가는 보험금은 천문학적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 국정감에서 “생·손보사와 건강보험 등 우리나라의 전체 보험금 지급 규모가 38조2,596억원에 이르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보험사기를 약 10%로 추정하면 연간 보험사기 규모가 3조8,000억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보험범죄로 인한 보험금 누수 규모가 이렇게 급증하고 있는 것은 보험사기단이 대형화돼 조직적 범죄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양두석 손해보험협회 보험범죄방지센터장은 “예전에는 피해액을 과장하거나 조작하는 ‘단순과잉청구형’이 다수였으나 외환위기 이후부터는 경제적 곤란을 해결하기 위한 ‘생계형’ 범죄가 많아지기 시작했다”며 “최근에는 다수의 관련자들이 개입된 ‘조직형’ 범죄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조직적 보험사기단은 교통사고를 위장한 보험범죄는 물론 자동차를 훔쳐 밀수출 하는 자동차 전문 절도로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실적이다. 또 보험범죄가 조직적으로 변모하면서 보험모집인이나 보상직원 등 보험의 메커니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까지 공모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특히 자동차보험과 관련해서는 지역 병ㆍ의원들까지 결탁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손해보험협회가 조사한 자동차보험 관련 지표를 보면 교통사고 가ㆍ피해자의 2003회계연도(2003.4~2004.3) 입원율은 전라북도가 90%로 가장 높았고 1인당 입원 일수는 전남이 16.7일, 전북이 16.5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진료비는 전남 108만8,000원, 광주 107만5,000원, 강원 100만5,000원, 전북 97만6,000원이었다. 이렇게 입원률이나 진료비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은 교통사고에 대한 과잉진료가 이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손보협회측은 “전북 전주와 익산시의 경우 인구 대비 병ㆍ의원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다”며 “구급차와 견인차량의 불법ㆍ부당행위가 많고 보험사기단에 의한 보험범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보험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손해보험협회를 비롯한 손보사들은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각 회사별로 보험범죄를 전담 조사하는 특별조사팀(SIU:Special Investigative Unit)을 발족시켰으며 손보협회는 지난 2000년 설립한 보험범죄대책팀을 최근 보험범죄방지센터로 확대 개편했다. 또 손보협회는 올해를 ‘보험범죄 근절의 해’로 정하고 보험사기에 따른 보험금 누수 최소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보험사기 신고포상금제를 운영해 신용내용이 사실로 확인돼 보험금 지급이 방지되거나 환수된 경우 최고 1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것도 보험범죄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다. 어느 범죄 든 그렇듯이 보험범죄는 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다. 자신이 직접 보험사기의 피해자가 되지 않더라도 보험범지에 따른 보험금 누수는 모범적인 운전자들이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런 보험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 중 다수가 큰 죄의식 없이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에서 지급되는 보험금을 ‘눈먼 돈’쯤으로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이 보험범죄 양산에 요인이 되고 있다. 장상용 금감원 보험조사실장은 “보험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업계와 금융당국의 철저한 예방 및 적발 노력이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보험범죄 역시 중죄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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