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인간배아연구 국제윤리기준이 뭐길래?

생명과학 연구에서 국제 윤리 기준과 한국의 그것과는 과연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황우석 교수팀 연구과정에서 난자 출처를 둘러싼 윤리 논란을 계기로 세계 각국의 생명윤리기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반복해서 불거지는 윤리논란을 잠재우고, 우리나라가 '바이오 강국'으로 확고한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라도 한국의 생명윤리기준을 국제적인 연구윤리 관행 및 기준과 조화, 일치시키는 작업이 절실하다.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한국의 생명과학 연구는 세계의 따돌림을 받아 단군이래처음 찾아온 소중한 기회를 스스로 날려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림대 법학부 이인영 교수의 도움말로 인간배아연구와 관련된 선진 각국과 우리나라의 생명윤리규정에 대해 알아본다. 이 교수는 생명윤리법에 따라 설치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윤리학계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선진 각국의 규제 세계 주요 국가들의 생명과학 연구에 대한 규제는 까다롭다. 잠재적 생명권이있는 인간배아를 다루는 연구가 자칫 보편적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고, 나아가 인간종(種)의 정체성과 존속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연방지원 연구수행기관은 자체 기관심사위원회(IRB)를 설립해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으며, 1980년대 초 레이건 행정부 이래인간배아연구에 대해서는 연방정부의 자금을 지원하지 않았었다. 다만 2000년 8월에 이르러서야 의학적으로 유용한 줄기세포연구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연방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국립보건원(NIH) 지침을 제정했다. 각 주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인간배아취급 기관에 대해서는 시설기준등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다. 또 대통령 직속의 자문기구인 국가생명윤리위원회를 설치해 인간대상의 연구에서 파생되는 생명윤리관련 정책과 지침, 법안, 임상연구의 적용범위 등의 제정에 관여토록 하고 있다. 영국은 각 지역마다 연구윤리위원회를 두어 배아줄기세포연구 등에 대해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인간수정 및 발생학 관청(HFEA)을 설치해 인간배아를 창출하거나 보관, 연구하는 모든 의료기관을 규제하고, 전문의료기준을 제시해 이를 지키는지 정기적으로관찰, 감시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도 배아줄기세포 연구기관에는 반드시 윤리심사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여기에서 배아줄기세포 수립계획에 대한 과학적, 윤리적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심사토록하고 있다. 일본은 또 총리 자문기구인 과학기술위원회 산하에 생명윤리위원회를 설치해 생명윤리 분야에 대한 정책을 만들어 총리에게 자문하고, 총리는 이 자문 내용을 바탕으로 법안을 입안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 생명윤리규정 우리나라는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부간의 상당 기간에 걸친 주도권 다툼 끝에 2004년 1월29일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을 제정하고, 지난 1월1일에야 비로소 발효함으로써 인간복제 및 인간배아연구에 대한 법적 규제 방안을 마련했다. 다른 국가에 비해서는 많이 늦은 편이다. 생명윤리법은 체세포복제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거나 착상된 상태를 유지, 출산하는 행위를 못하도록 해 인간복제를 금지하고 있다. 이 같은 인간복제의 착상이나임신, 출산 등의 행위를 유인, 알선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인간배아연구의 경우 불임치료법이나 피임기술의 개발을 위한 연구, 근이영양증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희귀, 난치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 등에 대해서는 제한적 허용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금전이나 재산상의 이익, 그 밖의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정자나 난자를제공, 이용하거나 이를 유인, 알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 정자나 난자를 채취할 때는 제공자나 그 배우자의 서면동의를 반드시 얻도록 하고 있다. 또 대통령 직속의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두고 국가의 생명윤리 및 안전에관한 정책의 수립에 관한 사항을 심의토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배아연구기관에는 기관위원회를 설치해 배아연구 계획서를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적 특수성 내세워 윤리문제 해결 못하면 세계 과학계 외면받아" 얼마 전 황우석 교수팀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줄기세포연구에 사용된 난자취득 과정의 윤리논란에 대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을 전제로 이렇게말한 적이 있다. "실험실의 여자 연구원이 난자를 기증했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정서와 미국의 정서를 같은 것으로 봐서는 안된다." 이 관계자는 이런 발언이 국제 윤리규정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며 단지 생명윤리법이 제정되기 전 한국과 미국의 다른 정서를 설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적인 상황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서구적 잣대만 들이대는데 대해 조금은 억울하다는 심정이 묻어나는 말이다. 이에 대해 이번에 황 교수와의 공동 연구협력 결별을 선언, 파문을 일으킨 제럴드 섀튼 교수와 같은 미국 피츠버그의대에 재직중인 이형기 교수는 "매우 염려스러운 반응과 대응"이라며 "국제적인 연구윤리 관행을 황 교수팀을 비롯한 국내 과학자들이 무시한다면 세계 과학계의 따돌림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미국식품의약품안전청(FDA) 연구원을 역임했다. 이 교수는 한 인터넷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황우석 교수와 관련 연구팀들이 아무쪼록 이 위기를 잘 넘겨, 국민들의 기대를 이어 가길 바랄 뿐"이라면서도 "모든문제는 난자 제공자로부터 '적법하고 윤리적인 방법으로' 동의서를 받았는가 하는데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임상 연구에서 국제 윤리적 기준과 잣대는 세계 어느 나라,어느 병원에서 실시되는 모든 임상 연구에 적용되는 보편적 규정"으로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더 이상 세계 유수의 과학 잡지들은 우리의 임상 연구 결과를 게재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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