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의왕시장에 출마할 때 많이 망설였다. 국토해양부 공무원으로 평생을 살아왔는데 정글의 세계와 같은 정치에 뛰어드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갈고 닦은 경륜을 지역발전을 위해 쓰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고 진심이 통했는지 지역 주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후 1년 반 이상 시장직을 수행하며 새삼 느낀 것은 중앙과 지방의 협조관계 구축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동차의 앞바퀴와 뒷바퀴처럼 중앙과 지방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지방정부는 재정자립도가 낮아 주민복지와 일자리 창출 등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갖기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고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의왕시는 서울 강남권과 자동차로 15~20분 거리의 범강남권이며 89%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었는데 일부를 풀어 친환경적으로 개발, 자생력을 갖춘 명품창조도시로 변모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의왕시는 카페와 먹거리촌으로 유명한 백운호수 일대 97만㎡(약 29만평)를 교육ㆍ문화예술ㆍ비즈니스 기능이 어우러진 백운지식문화밸리로 개발하기 위해 국토부로부터 그린벨트 해제절차를 완료했다. 백운호수 주변 개발은 1992년 김영삼 대통령 후보의 선거공약으로 제시된 후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2008년 개발계획 수립 용역 등을 거쳐 지난해 말 국토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최종 통과했다. 의왕시의 20년 숙원을 필자의 손으로 푸는 단초를 마련한 것이다.
해외동포 경제 무역타운 추진
그린벨트 해제 과정에서 국토부와 참으로 많은 협의를 거쳤다. 필자는 도시의 용적률을 낮춰 친환경적으로 개발하면서 교육ㆍ상업시설, 저층 주거단지와 함께 해외동포경제무역타운(해외동포들을 위한 주거단지와 비즈니스센터)을 추진하겠다고 해 호평을 받았다. "공익성 차원에서 임대주택을 좀 더 지으라"고 주문한 국토부의 요구는 백운지식문화밸리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수용하는 신축성을 발휘해 타협할 수 있었다.
오는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한 백운지식문화밸리는 아파트 위주의 기존 신도시와 달리 저층ㆍ저밀도의 전원형 복합단지로 개발된다. 주택단지는 단독주택과 4층 이하 타운하우스, 7층 이하 공동주택, 12층 이하 임대주택으로 구성되는데 주택 수가 적고 녹지와 공원 등이 많다. 바라산 자연휴양림, 백운산과 맞닿아 있는데다 단지 전면의 백운호수변에는 생태공원과 수변 아트홀이 건립된다.
국제 비즈니스 도시를 지향하며 해외동포를 위한 주거단지(300가구 규모의 글로벌 빌리지)와 비즈니스센터(해외동포국제무역센터)도 조성된다. 미주ㆍ유럽ㆍ아시아 건축양식으로 설계되는 글로벌 빌리지는 영화ㆍ드라마 세트장으로도 활용된다. 서울외곽순환도로, 의왕-봉담 고속화도로 등 광역교통체계가 확충되는 상황에서 안양ㆍ군포ㆍ수원ㆍ성남 등과 연계된 연구개발(R&D)센터, 글로벌 컨벤션센터, 외국인학교, 외국의료기관, 문화예술시설, 멀티미디어몰 등 지식문화지원시설도 유치할 방침이다. 자연과 문화예술이 함께 숨쉬는 수도권 랜드마크로 만들어 인근 판교신도시와 차별화된 경쟁우위를 갖춘다는 복안이다.
민간과 합작해 2015년 완공 목표
시는 의왕도시공사를 사업주체로 해 조만간 개발계획 수립 완료→합작 민간사업자 공모→특수목적법인(SPC) 설립→본격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1조3,600억원의 사업비 조달과 단지 설계, 건축 등 제반 분야에서 민간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성패를 좌우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필자는 또 환경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그린벨트의 추가 개발을 추진하고 노후화된 구도심 개발에도 나설 방침이다. 나중에 퇴임할 때 "빚 한 푼 지지 않고 지역 개발을 잘 했다"는 주민들의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항상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