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정부, 알뜰 주유소에 기름공급 빌미 정유사에 저가입찰 강요

정부가 기름값 인하를 위해 추진 중인 '알뜰주유소'에 석유제품을 공급한다며 국내 정유업체에 저가입찰 참여를 강요해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지식경제부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경부는 지난 8월12일 발표한 대안주유소 도입의 대안으로 자가폴 주유소를 활성화하기로 하고 조만간 국내 정유업체를 대상으로 석유제품 입찰공고를 낼 예정이다. 입찰주체는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유류사업단 등이며 이를 계기로 공기업인 석유공사는 주유소 유통사업에 진출하게 된다. 공고에 앞서 지경부는 정유업체에 입찰참여는 물론 시가보다 리터당 100원가량 싸게 도매 공급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는 4월부터 3개월간 반강제로 주유소 공급가격을 리터당 100원 내리도록 한 압박에 이은 또 다른 가격통제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또 정유사 영업기밀을 법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석유공사가 석유제품 유통시장에 참여하는 방식은 불공정 경쟁을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연초에는 기름값 리터당 100원 할인을 압박해 정유사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며 "자유시장경제에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왜곡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정부의 계획에 대해 학계에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알뜰주유소에 싸게 기름을 공급해도 해당 주유소가 소비자들에게 비싸게 파는 모럴해저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박희천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에 반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렇게 해도 정부가 의도하는 결과(기름값 인하)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국공유지를 활용해 대안주유소를 직접 만들고 여기에 일본 등에서 국내 석유제품보다 가격이 낮은 휘발유 등을 들여올 방침이었다. 하지만 해외에서 더 싼 석유제품을 찾지 못하자 정부는 대신 기존의 독립폴(무브랜드) 주유소를 전체 주유소의 10%로 늘리는 알뜰주유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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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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