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책] 신경숙 새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

신경숙씨(36)가 새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문학과지성사)를 펴냈다.신씨가 장편을 낸 것은 95년 「외딴 방」 이후 4년만의 일이다. 그러나 80년대의 상흔을 잔잔하게 보여주는 「외딴 방」에 비해 이 소설은 그의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것도 더욱 몽롱하고 애매한 모습으로 퇴행했으니 세기말이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소설은 잃어버린 사랑의 기억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줄거리로 해 사람과 삶을 성찰한다. 전면에 떠오르는 주인공은 두 사람이다. 방송국 성우 김하진과 그의 조카 미란이다. 두 명 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여인들이다. 특히 하진은 자신이 사회문제에 개입했던 스무살 무렵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녀는 80년대에 노동자 복직과 블랙 리스트 폐지 등의 구호문을 만들었던 바로 그 때를 기억하지 못한다. 소설의 제목 「기차는 7시에 떠나네」는 그 당시 같이 운동하던 패거리들이 금요일 오후마다 다방에서 만나 들었던 그리스 민요. 이들은 그주 일요일이면 함께 모여 구호문과 플래카드를 제작하곤 했다. 그리고 사랑하던 남자 은기가 있었다. 신경숙은 80년대와 90년대 그리고 새로운 2000년대가 서로 단절되어 가고 있음을 강조하는듯 하다. 작가는 그것을 기억의 단절이라는 형식을 통해 표현했고, 또 각 시대의 화해를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으로 묘사했다. 그러니까 신경숙에게 격동의 80~90년대는 몽롱한 과거로 치부함으로써 화해가 가능했고, 또 새로운 출발도 모색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 여인이 기억을 되살려가는 과정을 담아서 그랬을까. 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는 끊없이 되풀이되는 주절거림, 감상의 홍수에 휘말려 들어간다. 「바람이 많이 불어, 혹은 비가 많이 내려 통행이 금지되는 바다 위에 놓여있는 다리. 왜 그 다리 생각이 나는지. 당신은 바람이 많이 불어 통행이 금지된 바다 위의 다리 건너에 있다」 이같은 지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신경숙은 만남이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 속에 자신과 주인공들을 내몰면서도 화해의 과정은 매우을 나타내는 데는 매우 서둘러 형식에 그치고 있음이 또한 안타까운 일이다. 【이용웅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