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벌수사등 사정 속도조절 배경ㆍ전망] ‘소나기 司正’ 지양 투자위축 없게

노무현 대통령이 26일 첫 수석회의를 주재하면서 꺼낸 `사정(司正)속도 조절`발언의 진의가 무엇인 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무엇보다 비리, 부당내부거래, 편법증여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재벌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다 시민단체들이 정기주총을 앞두고 재벌들의 잘못된 관행들을 뜯어고치겠다고 한창 벼르고 있는 시점에 나왔기 때문이다. 재계는 최태원 SK회장 구속이후 재계를 향한 사정바람의 불똥이 어디로 튈 지에 대해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는 터였다. ◇`사정 속도 조절` 왜 나왔나 = 노 대통령은 이날 “사정활동의 속도 조절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국민 불안감을 조성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송경희 대변인은 이에대해 “법대로 모든 일을 처리하되 미리 알아서 정권기류를 판단해 그동안 미워왔거나 손대지 않았던 것 등이 일제히 쏟아져 나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해 달라”고 주문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최근의 재벌 수사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해석이 가능하다”고 분명하게 대답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노 대통령은 최근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등이 새 정부의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몰아치기식 수사와 조사를 진행시키고 있는 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검찰 주변에서는 SK그룹에 대한 수사가 이례적으로 참여연대의 고발(1월8일)이후 한달 보름도 되기 전에 재빨리 이뤄진 것에 대해 `한나라당에 자금을 많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재벌들에 대한 손봐주기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했었다. 이런 소문은 검찰이 사법개혁을 벼르고 있는 노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해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투자활동 위축 고려 =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소나기식 사정으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활동이 움츠러들고 외국인들 사이에 `반짝 사정`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을 등지는 상황도 고려됐다는 지적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최태원 SK회장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인신구속에 대해서는 신중을 당부했다. 결국 노 대통령은 재벌개혁을 `점진적, 자율적, 장기적`으로 해나가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사정 속도조절론을 빗대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집중 포화식의 사정은 진정한 개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문재인 민정수석은 “검찰의 중립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지만 재벌그룹에 대한수사가 잘못을 바로잡는 데 그치지 않고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정도로 확산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혁기조는 그대로 유지 = 그렇다고 새 정부가 재벌들의 그릇된 관행에 대한 개혁압박을 늦춘 것은 절대 아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5일 취임사에서도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를 만들기 위해 개혁을 꾸준히 추진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출자총액제한제도 강화, 상속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등 시스템을 통한 재벌개혁 3대 과제는 강도높게 추진될 게 확실하다. 일단 참여연대등에 의해 고발을 당한 재벌그룹들에 대한 수사 속도가 `초고속`에서 `정상속도`로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재계는 최근 SK그룹 구조조정본부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최태원 SK회장 구속, 손길승 그룹회장 소환설, 한화그룹에 대한 검찰수사 재개, 코오롱TNS 이동보 회장 구속수감, 공정위의 부당내부거래 조사 계획발표가 한꺼번에 쏟아져 심리적 공황상태에 있었다. 특히 SK의 주가가 최근 일주일새 9.4%이상 급락하는 등 검찰수사관련 기업들의 주가하락으로 실질적인 피해도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박동석기자, 김현수기자 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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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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