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근혜계인 현기환 전 의원이 3억원을 4ㆍ11 총선 공천 헌금으로 받은 의혹이 드러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예비후보에게 비상이 걸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일 4ㆍ11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중순 비례대표 공천을 받기 위해 당시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이던 현기환 전 의원에게 3억원의 공천 헌금을 전달한 혐의로 현영희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을 지난달 30일 대검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현기환 전 의원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공천 헌금 의혹에 친박계 패닉=공천 쇄신을 내세우며 박근혜 체제로 치른 총선에서 '공천 헌금'이 오갔다는 의혹은 그 자체가 대형 악재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여권에 민심이 이반한 부산에서 파문이 터졌다는 점 때문에 우려가 한층 더하다.
부산 출신인 현기환 전 의원은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공천위원에 선임된 상태였으며 현재는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을 맡고 있다. 현기환 전 의원은 부산 지역 건설사의 이권에 개입했다는 논란이 일자 출마를 포기했으며 이후 검찰은 그를 무혐의 처리했다. 그러나 공천 신청자에게 현기환 전 의원은 주로 외부인사가 많았던 공천위에서 정치권 사정을 잘 아는 친박계 핵심 인사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상임전국위원 출신으로 부산 시의원을 지낸 현영희 의원은 이후 비례대표 후보자 23번을 배정 받아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현영희 의원은 이외에도 당시 현역 의원이던 홍준표 전 대표의 부산지역본부장 출신인 조모씨를 통해 2,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기환 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열어 "총선 공천에서는 개별 공천위원의 어떤 사적인 이해도 들어갈 수 없었다"면서 "검찰이 나를 가장 빨리 소환해 조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현영희 의원도 자료를 내 "사실무근으로 만일 공천 헌금 혐의가 사실이라면 자진탈당을 포함한 모든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전 의원 측도 "공천 과정에 개입한 일도 없고 홍 전 대표와는 무관한 공천이었다"고 부인했다.
◇논란 대선까지 이어질 듯=새누리당 내에서는 이 밖에도 부산 출신 현역 의원 두세 명이 공천 헌금을 냈고 수도권을 포함한 다른 지역의 현역 의원 출신이 공천 헌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돌고 있다. 총선 공천 자체에 검찰 수사가 확산해 연말까지 검찰 소환과 재판이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친박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박 후보가 제어할 수 없는 악재"라고 토로했다.
당 관계자는 "일단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현영희 의원의 진술이 관건이지만 이번 사건 제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거나 현 의원의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정황 등이 포착되면 사건은 걷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제보자는 현 의원의 수행비서 출신으로 4급 보좌관 자리를 요구했던 정모씨다.
논란을 접한 박 후보는 검찰의 의혹 해소를 촉구했다. 그는 이날 오후 '새누리당 대통령후보자 선거 대전ㆍ세종ㆍ충북ㆍ충남 합동연설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연히 검찰에서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영우 대변인은 "당사자들은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할 것"이라면서 "새누리당은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똥은 야당에도 튀고 있다. 검찰은 김영주 선진통일당 비례대표 의원이 고위 당직자에게 공천을 대가로 50억원을 빌려주겠다고 약속한 의혹도 조사 중이다. 민주통합당 역시 공천 헌금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