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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의 풋볼확대경] 섀도 스트라이커 없어 득점 실패… 수적 우세에도 전술효과 발휘 못해

잘 짜여진 공격 패턴 보이지 않고 중거리 슈팅 남발… 볼 처리 나빠

브라질 경험 발판, 4년 뒤 기약을

우리나라가 브라질 월드컵에서 목표로 했던 8강 진출을 달성하지 못하고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다득점을 기록하며 승리해야 했지만 상대 역습 상황에서 오히려 골을 허용하며 패배했다.

벨기에전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다. 홍명보 감독은 벨기에전에서 선발진에 변화를 가했다. 골키퍼 정성룡과 공격수 박주영을 뺀 대신 김승규와 김신욱을 선발로 투입했다. 전반전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나쁘지 않은 변화로 보였다. 김승규는 상대 공격수의 슈팅을 잘 막아냈고 김신욱은 '타깃맨(전방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득점을 만들어 내는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적절히 수행했다.


결과론이지만 이날 선발진을 좀 더 공격적으로 가져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신욱의 움직임이 괜찮았지만 최전방 공격수를 도와주는 '섀도 스트라이커'의 모습이 없어 득점에 실패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근호와 김신욱을 투톱으로 하며 조금 더 공격적인 전형을 가져갔으면 득점 기회가 더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가 다득점으로 승리해야 하는 만큼 전반부터 공격적인 전술이 필요했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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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들어 우리나라는 아주 유리한 상황을 맞았다. 벨기에의 스테번 드푸르가 거친 플레이로 퇴장당해 수적으로 우세해졌다. 하지만 전술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득점에 실패했다. 이 점은 분명히 반성해야 할 부분으로 생각된다. 사전에 준비한 득점 루트가 분명 있었을 텐데 이날 잘 짜인 공격 패턴은 보이지 않았다. 중거리 슈팅을 남발했고 패스가 세밀하지 연결되지 못하면서 번번이 득점 기회가 무산됐다. 시간에 쫓기면서 선수들의 마음이 조급했기 때문인지 볼 컨트롤 등 실수도 많았다.

후반 교체 투입된 공격수 이근호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벨기에의 결승골에 빌미를 제공한 점이 아쉽다. 위험지역에서는 빠르고 정확하게 볼을 처리해야 하는데 상대편에게 볼을 빼앗기면서 벨기에 공격수 디보크 오리기에게 슈팅을 허용했다. 김승규가 펀칭해냈지만 튕겨 나간 볼이 골문으로 쇄도하던 얀 페르통언에게 연결되며 아쉽게 실점했다. 우리 수비수들이 세컨드 볼에 대해 경계하면서 수비하러 들어와야 했는데 안일하게 대처한 점도 아쉬운 장면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골에 대한 집중력과 세밀한 플레이가 부족했던 점은 반드시 고쳐야 할 부분이다. 홍 감독이 앞으로 거취를 어떻게 해나갈지는 본인이 결정할 문제이다. 홍 감독이 대표팀을 계속 맡든 아니면 다른 감독이 임명되든 축구 팬들에게 한 가지만 당부하고 싶다. 홍 감독이 월드컵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은 건 불과 1년 정도다. 팀을 완전히 정비하기에 충분한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감독이 한번 선임되면 믿고 맡겨야 하는데 일부 경기 결과로 여론이 움직이다 보니 감독이 자꾸 경질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감독이 중도에 하차하면 팀의 조직화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대표팀을 누가 이끌든 신중하게 결정하고 한번 사령탑이 정해지면 믿고 맡겨줬으면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원했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당당히 싸워준 태극전사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코치 직책으로 월드컵을 두 번이나 치러봤기에 국민의 기대와 관심이 큰 월드컵에서 선수들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받는지 잘 알고 있다. 어려움을 견뎌내고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번 월드컵 경험을 발판 삼아 4년 뒤에는 좋은 성적으로 국민의 기대와 성원에 보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 /K리그 상주 상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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