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부품·소재산업 해외의존 심각

반도체 재료 83% 수입 "남는게 없다""겉으로 벌고 속으로 까먹는다." 국내 기업들은 완제품 시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실속은 그에 훨씬 못미친다. 핵심 부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세계 곳곳에서 그 성가를 크게 높이고 있는 휴대폰. 대당 평균 40만원 선이지만 그 가운데 절반가량인 20만원 정도가 해외로 나간다. 핵심 부품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각광을 받으면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분야가 디지털제품이다. 컴퓨터를 비롯해 CD롬, 비디오카메라 등 차세대 주력제품들의 부품수입 의존도는 50~60%에 이르고 있다. ◇무역수지 악화주범 지난해 우리나라는 무역수지에서 117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1,722억달러로 99년에 비해 19.9%가 늘어났다. 수출에서 기계류ㆍ부품ㆍ소재의 비중은 36.6%나 차지했다. 앞으로 산업을 주도할 컴퓨터ㆍ반도체ㆍ휴대폰 등 정보통신 제품 수출비중도 37.8%로 늘어나 효자품목의 자리를 다졌다. 그러나 수입은 34% 증가한 1,604억달러에 달했다. 특히 자본재 수입은 지난해 35.8%나 증가해 수입을 주도한 것은 물론 수출증가율을 훨씬 웃돌았다. 원유(70.6%)는 물론 산업용전자(72.8%), 전자부품(22.3%), 중전기기(31.6%), 일반기계(30.1%), 정밀기계(53.7) 등 각 산업이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우리의 수출주력품목이기도 한 반도체는 부품수입이 200억달러나 돼 원유(252억달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난 88~97년 10년간 부품ㆍ소재ㆍ기계류 분야의 무역적자는 1,000억달러에 달한다. 흑자를 기록한 반도체를 제외하면 적자는 1,30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해외 의존도 심각 올해 전자업계는 해외에서 10조원 이상의 부품을 구매할 계획이다. 냉장고ㆍ세탁기ㆍ전자레인지 등 가전제품의 경우 국내 구매가 80~95%를 차지하지만 PC(56%), 휴대폰(53.3%), CD롬(53.6%), 비디오카메라(60%) 등 차세대 주력업종으로 떠오르는 제품들은 외국산 부품을 훨씬 많이 장착해야 하는 실정이다. 부품업체들이 수입하는 부품ㆍ소재까지 포함하면 해외의존도는 75%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반도체 재료는 83%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도 개발ㆍ설계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떨어지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품질, 납기 단축 수준 등을 고려한 종합경쟁력은 일본에 비해 2/3 정도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자동차에 이어 대우자동차마저 외국기업에 매각되면 국내 부품업체들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살아 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산화 서두른다 정부는 '부품ㆍ소재 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문적인 투자조합을 만들고 고급인력 공급을 원활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부품ㆍ소재기업의 대형화ㆍ전문화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업계는 그동안 단기적 처방에 급급했던 정부가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해결방안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특별법에 거는 기대가 크지만 업체들이 스스로 기술력을 확보하려는 장기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외국 부품업계가 대형화ㆍ전문화를 위해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 업체들은 아직 폐쇄적"이라고 지적했다. KOTRA는 지난해 10월 부품소재산업팀을 신설, 부품소재업체의 수출마켓팅을 지원하고 있다. 해외지사망이 영세한 중소 부품소재업체가 주지원대상. 유망 부품소재 수출의 판로를 개척하는 한편 수출보험요율 특례 적용 및 신용보증 우선 지원 방안 등 정부 차원의 지원도 이끌어 내고 있다. 내년부터 해외전시회 및 상담회를 통해 부품소재업체의 해외진출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일본시장 진출을 강화, 부품소재 산업의 대일 무역역조를 개선시킬 계획이다. 내년 3월 오사카와 나고야에서 도요타ㆍ다이하쓰 등 자동차 부품 바이어를 초청, 자동차 부품 전시상담회를 개최키로 했다. 또 도쿄에서 4월에 국내의 전기전자부품ㆍ기계부품ㆍ금속관련 생산업체 25개사가 참가하는 국제자재조달 포럼전을, 3ㆍ4분기에는 한국부품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북미의 자동차 부품시장에 대한 진출을 위해 내년 2ㆍ4분기에 디트로이트 및 토론트에서 한국자동차부품전을 개최한다. 최근 확대되고 있는 미국자동차업계의 글로벌 소싱 추세를 적극 활용한다는 차원. 또 ▦금형ㆍ금형부품 및 공구부품 바이어 초청 상담회(2001년 3월, 서울) ▦금형ㆍ금형부품 미국 순회 전시상담회 (2001년 10월, 시카고 및 디트로이트) 등을 통해 기계류 부품업체의 미국 시장 진출도 지원한다. 염동철 무역협회 무역지원실장은 "부품소재는 통상마찰의 소재가 없는 고부가가치제품으로 21세기 외화 획득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며 "부품소재 수출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무역흑자기조를 이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근들어 소재ㆍ부품산업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IT기술이 접목된 반도체, LCD 등 하이테크형 부품소재가 세계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DRAM, LCD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30%선을 넘어섰으며 부품소재의 수출비중도 지속적으로 확대돼 97년 전체 수출의 44.0%에서 지난해에는 50%선으로 뛰어 올랐다. 조영주기자 yjcho@sed.co.kr 홍병문기자 goodlif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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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운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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