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에 대한 한중 양국 언론과 여론의 방점이 미묘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 시 주석이 지난 1992년 수교 이후 북한에 앞서 한국을 찾는 첫 중국 주석이라는 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반면 중국은 다른 나라를 들르지 않고 한국만 찾는 '단독방문'이라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지난달 27일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시 주석의 방한을 공식 발표하며 '단독방문'을 강조했다. 그는 "양측이 공통으로 관심을 갖는 국제·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언론들도 이 점을 부각시키며 한중관계에 새로운 도약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중국 측이 '단독방문'에 방점을 찍는 이유는 한중관계를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강조하는 측면과 함께 동북아를 비롯한 아시아의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리밍지앙 싱가포르 S라자라트남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아시아신뢰구축회의(CICA)에서 아시아 신안보관을 제시하며 미국의 아태 재균형 전략을 견제하는 동시에 한국을 끌어들이려 한다"며 "시 주석이 한중관계에 힘을 싣는 속내는 한미일 동맹체제에 대한 균열을 찾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중이 일본과의 관계에서 역사와 영토 문제라는 공통점을 가지는 상황에서 일본에 대한 공동대응은 결국 미국에 대한 중국의 견제 전략의 구체적인 전술이라는 의미다.
중국이 아시아 신안보관을 통해 한중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려 한다면 우리는 이번 시 주석의 방한을 교착상태에 빠진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찾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특히 중국을 우리 쪽으로 끌어들여 한미중 전략대화로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시 주석의 방한과 북한 문제를 연관시키는 분위기는 별로 없다. 진저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중국의 국가 이익과 지역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조건이 맞는 쪽을 먼저 방문하는 것일 뿐 북한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중국 외교부도 남북한 등거리 외교를 재차 강조했다. 친 대변인은 "중국은 조선(북한)과 한국 모두 우호·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 주석의 방한을 두고 한중이 서로 다른 계산을 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