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8월 21일] 공기업개혁 '원칙'이 먼저

[시론/8월 21일] 공기업개혁 '원칙'이 먼저 이미영 (건국대 교수 경영정보학) 공기업 개혁이 추진 초기에는 꽤 열기도 띠고 국민의 기대도 모았던 것에 비해 정부가 지난 11일 제1단계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후 이에 대한 기대와 지지가 오히려 뒷걸음질 하고 있다. 1차 선진화 방안에 대해 개혁의지의 미흡 내지는 후퇴를 논하는 부정적인 의견들도 심심찮게 나온다. 사실 공기업 개혁에 대한 논의는 비단 이명박(MB) 정권에서 새삼 불거져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방향은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이미 여러 정권에 걸쳐 공기업을 개혁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 감사원도 여러 차례에 걸친 감사를 통해 공기업 개혁을 촉구해왔다. 공기업 방만 경영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허탈감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 공기업 개혁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폭 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런데 정부가 1단계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자 국민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왜 그럴까. 눈에 띄는 것은 정부가 발표한 1단계 방안이라는 것이 국민갈증을 해소하기에는 한참 미흡하다는 것이다. 오랜 가뭄 끝에 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겨우 일어나는 먼지 정도를 잠재운 것이지 대지를 흠뻑 적실만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양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문제가 없지 않다. 우선 MB 정권의 공기업 개혁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아리송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공기업이 국가가 준 독점사업권을 영위하면서 번 돈으로 흥청망청 돈 잔치를 하는 것이 꼴 보기 싫어서 개혁하는 것인지, 공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철폐해 시장경제를 키우자는 것인지, 공기업을 팔아 조성된 재원으로 MB 정부가 필요로 하는 정책ㆍ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것인지 등등 명확한 목표 설정과 이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대충 얼버무리고 가도 될 것 같은 이른바 총론의 문제지만 이것이 제대로 서지 않으면 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심화시켜나가는 데, 그리고 공기업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들을 설득해나가는 데뿐 아니라 개혁의 방법과 전략을 모색하는 데도 중대한 장애가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공기업 개혁이 시장경제의 발전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면 과감한 민영화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한편 방만 경영의 시정과 국민서비스 증진에 초점을 맞춘다면 민영화보다는 구조조정이나 통폐합, 그리고 기능의 재편 내지는 재정립이 목적에 보다 부합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사실 지난번 발표된 1단계 방안을 들여다 보면 그동안 세간에서 거론되던 민영화 대상기업들, 이를 테면 한국전력ㆍ가스공사ㆍ수자원원자력공사ㆍ인천공항공사 등이 모두 빠지고 이미 전 정권부터 민영화를 예정하고 있던 국책은행과 공적자금 투입은행이나 한국토지신탁 등 일부 자회사만 민영화 대상으로 포함돼 이번 공기업 개혁이 MB 정부가 주장해왔던 시장을 키우고 산업을 재편하는 데서 후퇴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두 번째는 민영화든 통폐합이든 아니면 구조조정이든 개혁의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특히 해당 공기업 입장에서는 크게 반발할 수밖에 없는 민영화나 통폐합 대상 공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이 명확해야 하며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 만약 민영화나 통폐합대상 공기업 선정에 있어 원칙과 기준이 없거나 합리적인 사유 없이 예외를 많이 인정해간다면 민영화나 통폐합 대상으로 선정된 공기업의 반발과 저항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 ‘저나 나나 다를 게 없는데 나만 못살게 하는지’라는 심정이 들면 가뜩이나 터질 듯한 불만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되지 않겠는가. 끝으로 개별 공기업별 개혁 방안이 정해지면 일관되게 실행해나가야 한다. 개혁대상 공기업들이 국회ㆍ언론ㆍ시민단체 등에 로비를 해 개혁을 무산시킬 시도를 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다. 이런 활동을 차단할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하다. 어떤 이유에서든 특정 공기업의 개혁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다른 모든 공기업의 개혁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임전무퇴의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는 점을 첨언한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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