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1. 코스닥 C사의 주가가 급락했다. 대량 매물이 쏟아졌지만, 회사측은 별다른 이유가 없다고 공시했다. 반등하는가 싶더니 다시 폭락했다. 2,200원을 넘었던 주가는 두 달 만에 600원대로 하락했다. 2,000만원을 투자했던 투자자는 영문도 모른 채 1,500만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
결국 최대주주가 120만주의 매물을 쏟아내면서 주가급락을 부추긴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그러나 최대주주는 `배째라(BJR)`는 식으로 공시도 하지 않고 버티고 있고, 감독당국은 묵묵부답이다.
상황#2.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L사의 최대주주인 C사는 최근 한달 뒤부터 일주일동안 10만주를 팔겠다는 공시를 냈다. 최대주주가 주식을 팔면 주가가 급락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 중 일부는 주식을 팔았다.
반면 다른 L사는 최대주주가 공시를 하지 않고 주식을 매도한 사실이 적발돼 매매거래정지와 함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과징금 등 엄중한 처벌을 받았다. 최대주주도 과징금과 함께 검찰에 고발조치 됐다.
상황#3. 지난 6개월 동안 8개 코스닥 기업의 최대주주가 주식을 팔고도 공시하지 않고 있다. `배째라`는 최대주주가 늘면서 코스닥 기업과 시장을 외면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 시장은 멍들고 있지만, 책임지는 최대주주는 단 한명도 없고 감독당국도 최대주주 개인의 도덕성 문제라며 눈을 감고 있다.
최대주주는 기업에 대해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회사를 일류로 만들 수도 있지만, 망가뜨릴 수도 있다. 시장의 투명성과 함께 최대주주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르는 것도 시장과 기업, 최대주주가 공동 운명체이기 때문이다.
혼탁해진 시장을 맑게 하기 위해선 오염원을 하나씩 제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처럼 최대주주가 주식을 팔기 전에 의무적으로 공시를 하도록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현재 시행하고 있는 보호예수 확약서처럼 지분변동신고 동의서를 받아 증권사나 회사가 자동적으로 매매내역을 공시하도록 해야 한다.
자본가 천국인 미국에서 최대주주에게 엄격한 법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소액 투자자가 살아야 최대주주와 시장이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체득했기 때문이다.
<우승호기자(증권부) derrid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