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중국, 당대회 앞두고 좌우파 세 싸움 치열

보시라이 전인대 자격 박탈 후폭풍<br>지지층 신좌파 "이유 뭐냐" 반발<br>당헌에 마오 사상 삭제 놓고도 대립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26일 보시라이(사진) 전 충칭시 당서기의 전인대 대표 자격을 박탈했다. 불기소 특권을 가진 전인대 대표 자격이 상실됨에 따라 보 전 서기는 뇌물수수ㆍ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형사처벌 수순에 들어가게 됐다.

사실 보시라이의 재판 회부는 지난달 28일 공산당 수뇌부인 정치국이 그의 모든 공직을 박탈하고 사법당국에 넘길 것을 지시하면서 예견됐다.


하지만 보 전 서기 처리를 둘러싼 신좌파의 반발이 계속되고 시진핑 지도부가 들어서는 다음달 8일 18차 공산당대표대회에서 제정될 당헌에서 마오쩌둥 사상을 삭제할지 여부를 놓고 수뇌부의 의견이 대립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보 전 서기 사건의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보시라이 사건은 한 정치인의 운명을 넘어 중국의 향후 정치ㆍ경제적 진로를 둘러싼 좌파와 우파 간 갈등을 수면 위로 노출시키는 단층선(fault line)이 되고 있다는 게 베이징 정가의 분석이다. 보 전 서기를 지지하는 중국의 신좌파 인사 740여명은 최근 당국에 전인대 자격박탈의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한 답변을 원하며 공정한 재판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신좌파는 중국의 개혁ㆍ개방과정에서 생겨난 계층 간, 지역 간 양극화 현상이 체제를 위협할 정도로 심각해졌고 이에 따라 정부가 나서 '공평과 정의'를 구현해 사회 분열을 치유해야 한다는 지식인ㆍ관료의 광범위한 그룹으로 보시라이가 충칭시 서기 시절 실천했던 농민공 주거복지 확대, 당ㆍ관료 부패와의 전쟁 등을 적극 지지했었다. 보 전 서기는 당시 노동자의 권익을 강조했던 마오를 찬양하는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최근 신화통신은 18차 당대회에서 새로 제정될 당헌에는 덩샤오핑의 중국특색 사회주의, 장쩌민의 3개 대표론, 후진타오의 과학적 발전관이 골간을 이룰 것이라며 신중국 성립 이후 당헌의 핵심이던 마오 사상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놓고 개혁ㆍ개방을 강조하는 원자바오 총리 및 후진타오가 이끄는 공청단파가 차기 당헌에서 상징적으로 마오 정신을 삭제하려는 시도를 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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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3월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보시라이의 마오 찬양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그의 처벌을 주도했다. 개혁ㆍ개방의 흔들림 없는 정책 추구를 견지하는 우파세력인 원 총리 및 후 주석의 공청단파는 신좌파가 마오를 이용해 인민을 선동하고 있으며 이는 덩샤오핑 이래 견지해온 개혁ㆍ개방 노선을 흔들 수 있는 위험 요소라고 보고 있다.

보 전 서기의 전인대 대표 자격이 박탈된 26일 원 총리 일가친척의 재산이 3조원대에 달한다는 뉴욕타임스의 기사가 게재됐다. 베이징 정가에서는 이와 관련, 18차 당대회를 앞두고 경쟁계파들이 원 총리 일가의 부당축재 사실을 알려 내부 권력지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 신문은 원 총리가 권력 핵심에 있던 때 원 총리 일가의 재산이 크게 늘었다면서 투자처는 은행ㆍ귀금속ㆍ리조트ㆍ인프라프로젝트 등에 두루 걸쳐 있다고 보도했다. 기업공시와 규제당국의 자료를 인용해 원 총리의 자녀ㆍ동생 등의 명의로 등록된 자산이 최소 27억달러에 달한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보 전 서기가 뇌물수수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집단수뇌부 어느 누구도 부패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경쟁정파들이 외부세계의 자유언론을 통해 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시라이 사건은 최고지도부, 즉 정치국 상무위원 구조개혁을 촉발한 촉매제이기도 하다. 현재의 9인 상무위원 체제가 7인으로 축소된다는 설이 대표적인 예다. 보시라이 사건 초기에 저우융캉 정법위 서기 등 일부 상무위원이 개인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고지도부 내부의 권력갈등으로 번졌으며 이를 계기로 상무위원 숫자를 줄이고 막강한 권한 중 상당 부분을 하부기관으로 대폭 이양할 것이라는 설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보시라이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이를 계기로 수면 위로 부상한 중국 정파의 이념노선 갈등 및 권력지분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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