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장외파생상품시장의 문턱

오는 2008년 자본시장 통합을 앞두고 중소형 증권사들은 무한경쟁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활로 찾기에 혈안이다. 이들이 새로운 수익창출원으로 눈독을 들이는 영역 중 하나가 장외파생상품시장이다. 주가연계증권(ELS)ㆍ주식워런트증권(ELW) 등 장외파생상품시장이 최근 급팽창하고 있는데다 수익성도 높기 때문이다. 이미 중소형 증권사 5~6곳은 업무팀을 새로 꾸리고 전산시스템를 구축하는 등 사실상 신규사업 진출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하지만 진행 상황은 여기까지다. 연초 미래에셋증권이 장외파생상품영업 인가를 받은 이후 단 한곳도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해당 증권사들은 ‘신청을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고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이 이미 인가 승인권을 쥔 금융감독 당국에 사전 타진한 결과 ‘신청하면 심사하겠다’는 답변만 들었을 뿐 사실상 ‘기다리라’는 분위기였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말 인가 신청한 한 증권사는 당국의 ‘의중(?)’을 알아차리고 신청을 철회하기도 했다. 감독 당국의 이 같은 자세는 장외파생상품업무를 겸업하는 증권사가 크게 늘어날 경우 주식위탁매매시장처럼 증권사간에 ‘제살 깎기식’ 과당경쟁으로 번지고 개인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물론 운용 능력과 위험 헤지 능력을 갖춘 증권사를 선별하는 것은 감독 당국의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자기자본과 영업용 순자본비율 등 영업 인가를 위한 기본 요건을 갖추고 전문인력까지 확보한 중소형 증권사들이 수개월째 허송세월하게 만든 것은 문제가 있다. 높은 잣대를 들이대 시장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를 거두는 사이 신규사업이 늦어지는 중소형 증권사들은 신상품 개발 등 노하우를 축적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이미 인력 확보와 시스템 구축을 마친 증권사의 경우 유휴인력과 기회비용의 문제도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감독 당국은 그동안 수익구조가 열악한 중소형 증권사에 앞으로 급변할 금융시장 환경에 대비해 특화전략을 마련할 것을 꾸준히 주문해왔다. 파생결합상품은 위탁매매나 단순한 인수발행업무보다 수수료 등 수익이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 저수익구조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이미 인가를 받은 10곳의 대형사와의 차별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도 ‘선진입 후규제’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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