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를 완전한 실패였다고 결론 짓기는 조심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10일 내외신에 보도됐다.
한국을 방문후 9일 일본으로 떠난 힐 차관보는 출국에 앞서 내외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대포동 2호 미사일이 실패였다고 확신하는가, 의도적으로 40여초까지만 날린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어느 쪽인지 확실히 단정할 수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수십 초 후에 추락했으니 실패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실험이었다면 그래도 뭔가 값진 교훈을 얻었기 때문에 실험을 한 과학자들 입장에서는 실패로 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북한이 발사한 7발의 미사일은 모두를 겨냥한 것으로, 미국만의 우려가 아니므로 관련국들은 한 목소리를 내야한다"며 "더는 앉아서 북한이 또 다시 미사일을 발사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또 미국 내 대북 정책 기류와 관련, "우리에겐 비둘기파(doves)가없다. 현실주의자들이(realists) 있을 뿐이다"면서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북한에)문제가 있고 우리는 그걸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정부가 남북장관급 회담을 예정대로 갖기로 한데 대해 힐 차관보는 " 북한과의 대화와 접촉의 단절이 장기화하지 않기를 바라는 한국인들의 심경을 이해한다"면서도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회담에 나갈 수 있느냐는 견해도 있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한국 방문에 앞서 이뤄진 중국 방문에서 "중국은 북한에 대단히 너그러운 지원을 계속해 왔는 데 미사일을 발사하지 말라는 단 하나의 요청을 북한이 어떻게 묵살할 수 있었다고 보는 지 설명을 좀 해달라고 했다"고 전하고 "중국과 러시아도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한일간 온도차를 묻는 질문에 "이번 사태에서 한국과 일본의 대응은 분명히 달랐지만 역사적 경험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한.미.일 3국이 긴밀히 뭉치면 뭉칠수록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낼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힐 차관보는 9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면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저녁 7시20분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노 대통령과의 면담이 성사되지 않음에 따라 일정을 당겨 오후 4시40분께 일본으로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