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한민국은 특구공화국] <2> 입지 선정경쟁 度 넘었다

신공항·과학벨트 사활 건 유치戰… "국가는 없고 지역만 있다"<br>신공항 입지 선정 지연따라 부산 vs 非부산 갈려 전면전<br>지역갈등 넘어 국론분열로<br>과학벨트 입지 약속 파기이후 충청권 전면투쟁 등 준비속<br>호남·영남은 본격 세대결 태세



전국이 갈갈이 찢어지고 있다. 그동안에도 여러 사안으로 여론이 갈라진 적이 많지만 이번처럼 '국가는 없고 지역만 있다'는 이기적 대결이 겹친 적은 없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를 놓고 벌이는 충청권과 호남ㆍ영남권의 물고 물리는 경쟁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충청권의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호남과 영남권은 조용하면서도 빠르게 유치를 위해 뛰고 있다.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대선공약 이행 충청권비상대책위원회를 다음달 초 발족하고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라며 "충청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약속이 반드시 지켜질 수 있도록 전면적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동남권 신공항이라는 대형 프로젝트는 영남을 부산과 비부산으로 갈라놓았다. 동남권 신공항 입지선정을 둘러싸고 최근 부산과 대구 일대에는 마치 대정부 규탄이라도 하는 듯한 현수막들이 대거 나붙기 시작했다. 동남권 신공항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입지선정 경쟁이 지역갈등으로 확산되면서 국론분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경쟁 자체가 아니라 어느 쪽으로 결정되든지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한 부산 시민단체 관계자는 "신공항 문제로 영남권 전체가 완전히 두 쪽으로 갈린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신공항 입지가 어느 곳으로 결정되든 승복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영남을 둘로 갈라놓은 동남권 신공항=동남권 신공항 입지발표가 벌써 세 차례나 미뤄졌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2008년 3월 국토연구원에 '동남권 신공항 개발의 타당성 및 입지조사' 용역을 주고 2009년 9월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3개월 뒤로 연기되더니 올 3월 말 발표로 또다시 늦췄다. 이마저도 상반기 이후 또다시 연기가 확실시되고 있다. 이러는 동안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위한 부산과 대구ㆍ경북ㆍ경남ㆍ울산시 등 영남권 지방자치단체의 유치경쟁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해당 지자체는 물론 시민단체가 총동원된 궐기대회 등 세몰이와 함께 예산을 유치사업에 올인하고 있다. 해당 지자체 간 갈등고조는 물론이고 아까운 예산만 날리는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부산지역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지금까지 시내 전역에 모두 4,200여장의 현수막이 걸리고 대형 가로 간판과 전광판, 지하철 버스승강장 등에도 '가덕도 신공항 타당성' 광고가 도배를 하다시피 했다.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위해 부산지역 5개 지자체가 사용한 예산만도 26억3,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도 현재 1,000여장의 현수막을 도심 곳곳에 내걸었다. 전광판을 통해 경남 밀양공항 지지 광고에 힘을 쏟고 있으며 신문과 방송ㆍ버스ㆍ택시에도 관련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대구에서는 삭발식이 이어지는 등 갈수록 분위기가 전투적으로 바뀌고 있다. 경북도는 각 시군에 400여장의 현수막을 걸었고 이달 중 200여장의 현수막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신공항 입지결정이 3개월 더 연장될 것이라는 논란이 일면서 영남지역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구ㆍ경북 지역의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이와 관련해 신공항의 경우 6월까지 끌면 정치적 혼란과 영남지역 간 대립이 장기화하는 만큼 당초 정부 약속대로 3월 말까지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일제히 밝히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4월 재보선 결과에 대한 영향을 우려해 정부가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도는 상황이다. ◇충청ㆍ호남ㆍ영남 세대결 펼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대전ㆍ충청지역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한나라당 공약으로 추진되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충청권 입지 약속이 파기된 후 반발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충청지역 곳곳에서 약속이행 파기에 항의하는 집회가 잇따르고 충청인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제2의 세종시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충청지역 거리 곳곳에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충청권 입지를 주장하는 플래카드와 함께 약속파기에 대한 분노를 나타내는 플래카드, 한나라ㆍ민주ㆍ자유선진당이 저마다 이를 성사시키겠다고 알리는 플래카드까지 보태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문제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대전상공회의소는 23일 정기총회를 개최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사수를 위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며 지역경제계의 목소리를 대변했고 자유선진당은 이날 천안 중앙시장에서 당 지도부가 총출동한 가운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입지 촉구결의대회를 열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충청권 3개 시도당은 21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과학벨트 성공적 조성을 위한 방향과 과제'라는 주제의 정책토론회를 열어 과학벨트 충청 입지 사수에 나섰고 충청권 광역 및 기초의회 의원 500여명은 15일 국회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사수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런 분위기에서 최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충청권 입지를 당론으로 확정해놓은 민주당 내 광주ㆍ전남지역 의원들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호남권 유치작업이 가사화하면서 민주당에 대한 의혹의 눈길도 많아지고 있다. 당 지도부의 당론고수 언급에도 불구하고 호남권 국회의원들의 유치활동이 속속 전개되면서 민주당의 이중적 태도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육동일 충남대 교수는 "당초 정부와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사업을 추진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최근의 논란은 국론분열에 이은 국력낭비를 초래하고 있는데 더 이상의 지역분열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광주ㆍ호남지역의 유치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광주시는 물론이고 광주시의회와 광주전남지역 대학ㆍ과학계 등도 호남권 유치의 당위성을 알리며 광주시의 유치활동을 적극적으로 거들고 나섰다. 광주시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추진기획단을 구성했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홍보 리플릿을 제작, 배부하는 한편 정부와 정당, 국회의원, 관련 기관단체 등 500곳에 공동건의문을 발송했다. 울산과 대구ㆍ경북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영남권 유치를 위해 3개 시도지사가 공동 유치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유치활동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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