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땅이 굳어지듯 쓰나미처럼 불어닥쳤던 글로벌 금융위기의 큰 비는 금융소비자보호라는 금융산업의 토대를 다지는 초석이 됐다. 향후 산업 내 모든 부문에서 소비자보호 강화의 시대적 흐름은 속도를 더할 것으로 보이고 금융기관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나아가 금융시장 선진화를 위한 은행의 역할은 무엇일까. 첫째, 조직 내 금융소비자보호 업무를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정책수립, 시스템 구축, 관리∙운영 등에 대한 의사결정의 지연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금융소비자보호가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주춧돌임을 직시하고 거시적인 시각과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것이 금융소비자보호와 조직 내부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둘째,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해 금융소비자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 금융소비자는 공급자인 금융기관에 비해 관련 정보가 부족하고 전문지식이 부족해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놓이게 된다. 현대사회 소비자문제의 핵심인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판매인력의 전문성 확보, 윤리의식 강화 등을 통해 복합화되는 금융상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해 소비자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셋째, 은행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최근의 금융민원을 분석해보면 거래의 공정성을 넘어서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연평도에 포탄이 떨어지는 상황에 은행 직원들이 어떻게 회식을 할 수 있는가"처럼 생각지도 못했던 고객불만이 접수되고는 한다. 기업의 이익만을 우선시하고 사회적인 책임을 외면하는 금융기관은 더 이상 환영 받기 어렵다. 금융소외계층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합리적인 금리와 수수료체계 확립 등 건전한 금융시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 중심에서 은행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금융소비자보호 업무를 맡을 무렵 우리은행 최고경영자는 이렇게 말했다. "고객제일에는 베스트(Best)는 없고 베터(Better)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현재의 서비스에 안주하지 말고 매일매일 고객의 입장,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상품을 만들고 진심 어린 서비스로 고객행복과 고객가치를 키워나가는 것이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은행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