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영노 스포츠 콩트] 김연아와 박태환의 경우

지난 27일 미국 미국 워싱턴주 에버렛 '컴캐스트 아레나'에서 열린 2008-2009 ISU 시니어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시리즈 1차 대회인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1위를 차지한 김연아와 쾌거는 마치 11년 전 IMF 시절, 박세리 선수가 미국 여자프로골프 LPGA 투어 US 오픈에서 ‘맨발 투혼’을 벌이며 우승을 차지 할 때를 연상시킨다. 당시 박세리의 LPGA 메이저대회 US 오픈 우승은 뜻하지 않은 IMF로 시름에 잠겨 있던 국민들의 마음을 후련하게 해주었다. 어제 김연아가 완벽한 연기로 일본과 미국 등 피겨스케이팅 강국 선수들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하는 모습을 본 국민들은 IMF보다 더하다는 경제 불황속의 어느 정도는 카타르시스가 됐을 것이다. 우리나라 스포츠는 2~3년 전부터 여름 박태환, 겨울 김연아가 대표하고 있다. 봄과 가을은 두 선수가 잠깐 배턴 터치를 하는 계절이 되어 버렸다. 박태환은 2006년 카타르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자유형 200m와 400m 그리고 1500m에서 3관왕이 된 후 최우수선수가 되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하더니, 2007년 멜보른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남자 자유형 400m에서 한국 수영 사장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 ‘국민 남동생’으로 자리매김했다. 박태환은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자신의 주 종목인 자유형 400m 금메달과 200m 은메달로 다시한번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박태환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2012 런던 올림픽 때 까지 계속 정진하겠다고 해서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모으고 있다. 박태환은 한국 수영 100년 사상 가장 위대한 기록을 세워나가고 있고, 앞으로 100년 동안에도 나오지 않을 엄청난 위업을 세워나가고 있다. 박태환이 수영에서 엄청난 업적을 쌓아나가고 있다면 김연아는 겨울 스포츠의 꽃이라는 여자 피겨스케이팅에서 100년 만에 한번 핀 꽃이고, 앞으로 100년 안에 다시 피지 않을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박태환의 계절에서 김연아의 계절로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 박태환 과는 달리 김연아는 큰 대회에 운이 따르지 않고 있다. 김연아는 동계 아시안게임과 동계올림픽 메달이 아직 없다. 물론 나이가 되지 않거나 기회가 없어서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았었지만, 두 종합스포츠 제전과 아직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동메달 2개에 그치고 있다. 김연아의 기량은 2년여 전부터 세계정상권에 올라 있었다. 그런데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두 번 모두 부상을 당해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김연아는 2006,2007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에 이어 올시즌 3번째 우승에 도전하고 있고,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와 2009 그랑프리 파이널에 도전한 다음 2010년 대망의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려는 스케쥴을 갖고 있다. 김연아와 박태환은 은근히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자신의 종목에서 불멸의 기록을 쌓아나가고 있음은 물론 모든 종목을 통틀어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서로 상대 선수 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태환의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은 김연아에게 투지를 불러 넣었고, 김연아도 궁극적으로는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 박태환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은 의욕을 갖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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