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이슬람채권법 통과를 기대하며


외화 조달원 다각화를 목적으로 추진됐던 수쿠크(이슬람채권) 관련 조세특례제한법의 개정이 지난해 12월 초 국회 상임위원회 의결과정에서 보류됐다. 개정법안의 주요 내용은 수쿠크를 발행할 때 발생하는 발행기업과 해외투자자들의 조세부담을 일반 외화채권을 발행할 때와 동일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상시적으로 외화조달하고 있는 국내 은행과 기업이 수쿠크 발행을 외자조달의 한 방편으로서 자유롭게 고려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영국과 싱가포르의 세제개정원칙에서도 볼 수 있듯 이슬람금융에 대한 특혜와 차별이 아닌 조세중립성의 부여를 위한 것이다. 높은 성장잠재력과 무역대국으로서의 입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환 유동성 위험에 상시적으로 취약한 우리 경제를 생각할 때 법안 보류는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로 구제금융을 받은 상흔이 여전하고 불과 2년 전 미국발 금융위기로 외화조달이 연장되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던 기억이 그대로다.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시점과 이유를 보면 안타까움이 더하다.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 순방 중이던 한국정부가 한국도 관련 법안의 초기정비를 마쳤다는 발표를 하기 직전 날 밤에 법안이 보류된 것이다. 이는 두 국가뿐 아니라 한국 제조업의 거대한 수출시장이자 한국을 성장모델로 바라보는 이슬람권 국가에 국가적 체면을 깎이는 일이다. 법안이 부결된 이유가 한국사회의 종교적 포비아 때문이라고 국제사회에 공공연히 확대 해석되는 것도 안타깝다. 이슬람금융과 관련한 찬반논쟁이 있는 미국에서조차 수쿠크가 미국 기관투자자들에게 판매될 수 있도록 이미 입법화 돼 있고 미 재무성은 정부유관기관에게 공식적으로 이슬람금융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대표적 미국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도 수쿠크를 발행한다. 이에 중동이 미국의 금융위기 때 막대한 자금투여로 화답한 사례도 있다. 법안에 반대하는 측에 한번 더 국익의 관점에서 이를 상세히 검토해 줄 것을 부탁하고 싶다. 누군가의 종교적 소신은 마땅히 존중되고 지켜져야 하지만 국회법안 논의의 기준으로 쓰이기는 무리고 다른 종교에 대한 관용도 중요한 사회원칙으로 존중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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