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추경고려 재정 증가율 낮춰야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은 전반적으로 합리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고 판단된다. 재정규모 증가율을 6.3%로 설정하고 농어촌지원 증가율을 0.1%로 한정한 것 등이 그러한 예이다. 그러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보완되어야 할 부분도 몇가지 있다.
첫째, 재정규모 증가율을 좀더 낮출 필요성이 제기된다. 올해의 경우에도 당초 증가율은 4.7%이었으나 추경안에서는 7.4%로 상승했다.
작년에도 증가율이 5.2%에서 두차례의 추경을 거치며 9.6%로 상승했던 경험이 있다. 외환위기 이후 추경편성이 관례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내년도 증가율을 좀 더 낮추든지 아니면 내년에는 절대 추경편성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일반회계와 재특순세입만을 기준으로 재정규모 증가율을 보고하고 있으나 보다 의미있는 숫자는 여타 특별회계와 기금을 포함한 통합재정기준의 증가율이다. 1990년대 이후 통합재정 증가율은 항상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정부는 통합재정의 증가율도 밝혀야 할 것이다.
셋째, 분야별 지원에 있어서는 정보화(15.1%), 과학기술(16.2%), 중소·벤처기업지원(17.5%) 등의 증가율이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들 분야에 대한 지원은 흔히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논리에 따라 확대되고 있는 추세에 있다.
그러나 실제로 얼마만큼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주었는지 검증된 바 없으며 자칫 과거 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정책과 같이 과잉중복투자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민간금융시장과의 상충 및 보완관계를 충분히 고려하고 엄격한 사전적·사후적 사업평가체제를 구축한 후에 이들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정부는 예산안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중장기 재정운영 방향을 밝힐 필요가 있다.
세수급증에 따라 재정수지가 예상 밖으로 개선되고는 있으나 40조원의 공적자금 추가조성으로 인해 장기재정여건은 결코 낙관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향후 재정운용의 주요 위험요소에 대한 솔직한 평가와 그 대처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고영선(高英先·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
입력시간 2000/09/26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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