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제기됐던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일대 땅굴의 실체 논란과 관련, 이 동굴이 남침용인지 자연동굴인지를 국가가 직접 확인하라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2단독 곽상현 판사는 11일 연천 땅굴을 처음 찾아냈다는 이모씨가 1억원의 포상금을 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조정신청 사건에서 "국가는 이씨의 입회 하에 해당 동굴이 인공인지 아닌지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자체 비용과 노력을 들여 땅을 절개(切開)하라"고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에 대한 포상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려면 우선 동굴이 만들어진 것인지 자연동굴인지가 확인돼야 하나 이씨와 국가측에서 각각 제출한 자료와 주장만으로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결정 사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땅 절개 공사에 1억5천여만원이 소요되는 데다 해당 지역은 군사보호지역이므로 이씨가 직접 땅을 파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국가가 군부대와 장비 등을 활용해 직접 땅을 절개해 동굴의 실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2000년 3월 모 방송사가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구미리 174번지 일대에 북한이 파놓은 남침용 땅굴이 있다고 보도한 뒤 국방부가 전면 부인하자 제보자 자격으로 2003년 4월 연천 땅굴을 인정해 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확인의 소를 냈지만 각하 판결을 받았다.
이씨는 이후 "국가가 민간인의 땅굴 신고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있는 것은 위법이다"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또다시 각하판결을 받자 지난해 포상금 조정신청을 냈다.
이번 결정은 법원이 `남침용 땅굴' 주장을 터무니 없지 않다고 판단한 뒤 진위확인 책임을 국가에 지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실제 군 당국이 해당 지역 땅을 절개해 조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방부는 의혹제기 직후 자체 시추조사를 통해 연천 동굴을 `자연동굴'로 내부적으로 결론 냈고 소송 중에도 재조사 의향이 없다고 밝혀온 만큼 이번 결정에 불복,이의제기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의제기를 신청할 경우, 조정이 성립되지 않고 본안 소송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연천 동굴의 실체를 확인할 책임은 다시 이씨에게 넘어간다.